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시민들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다. 밀접 접촉을 피하기 위해 외출을 꺼리면서 ‘집콕’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자발적 차단이 일상화되고 있다. 집콕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등 문제가 대두 되고 있다. 반면 온라인 쇼핑과 동영상서비스가 때아닌 성황을 이루는가 하면 답답함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바닷가나 야간 드라이브, 자동차극장을 찾고 있다.
직장인 퇴근 후 집으로 직행
○…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최근 예정됐던 계모임과 술 약속, 회식을 대부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신종코로나 사태로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오는 게 일상화 됐다. 회사 사정상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고, 업무상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야 하다보니 퇴근 후에라도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대신 메신저나 SNS로 안부나 근황을 묻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택배나 퀵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번 주말에도 아이들과 함께 계속 집에만 있었다.
신종코로나 때문에 도시 전체가 썰렁해지고 대부분 시민들이 바깥활동을 자제하면서 백화점과 영화관 등은 한산하고 여행 계획도 대부분 취소한다. 사람들과 만나도 악수를 생략하는 것이 예의가 됐고,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외출을 하면 민폐로 여겨진다.
헬스장이나 체육 시설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잇따라 문을 닫자 집에서 운동하는 이른바 ‘홈트족(홈트레이닝족의 준말)’도 늘었다.
온라인 쇼핑·자동차 극장 호황
○…시민들의 소비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외출을 자제하다보니 식료품 등은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배달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위생용품 구하기 전쟁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이러다 보니 식생활, 여가생활, 육아 등 세세한 변화가 일상에서 감지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는 “외출을 못해 종일 심심해하는 아이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아이가 없는 집 역시 외출이나 여행을 자제하면서 집콕하는 동안 시간 보내기가 고민인 건 마찬가지다. 실제 극장이나 공연장 등 다중이 모이는 문화시설 이용이 줄어든 반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왓챠플레이 같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이용과 모바일 게임 이용률이 크게 늘었다.
몇일째 집에 갇혀 ‘창살없는 감옥’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자 시민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경치가 탁 트인 바닷가나 야간 드라이브를 즐기는 시민이 늘었고 자동차극장은 때아닌 성황을 이루고 있다.
휴교 길어지며 층간소음 고민
○…주부 김선아(36·울산 북구)씨는 최근 위층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김씨가 사는 집 위층에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사는데 최근 학교 휴교가 길어지면서 아이들에 의한 층간소음이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휴원하거나 재택근무자들이 늘어나는 등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층간소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민원 관리 시스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약 20일간 콜센터로 접수된 민원수는 963건으로, 20일 이전 같은 기간 동안 접수된 543건보다 80%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김씨가 사는 아파트에선 관리사무소 측에서 ‘신종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집에만 있다보니 층간소음 민원이 더 늘고 있으니 아이들도 슬리퍼를 신거나 뛰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모이는 지역 맘카페에도 층간소음 때문에 고민이라는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아이들이 활동적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집 안에만 있다보니 힘들어한다는 내용이다.
이모(33)씨는 “집에만 있으니 아이가 답답해서 미치려고 한다. 답답하긴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라 코로나 걸리기 전에 답답해서 홧병부터 걸릴 거 같아 오늘 마스크 끼고 나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빠른 시일내에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은 만큼 층간소음 분쟁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웃간에 좀 더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를 지녀야 된다고 조언했다.
일부 교회 예배 강행 눈살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종교계가 다중이 모이는 예배나 법회 등을 일시 중단하고 있지만 일부 중소교회들이 예배를 강행해 눈총을 받고 있다. 지자체들이 방문지도와 현수막 게시 등을 통해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나 강제로 중단시킬 수 없어 한계가 있다.
1일 지역 종교계 등에 따르면 울산교회, 대흥교회, 울산남부교회, 울산제일교회 등 대부분의 지역 대형교회들이 지난 주말 또는 이날부터 교회 시설을 폐쇄하고 영상 예배나 가정 예배로 대체하고 있다. 또 복산성당과 정광사 등 천주교, 불교 종교시설들도 미사와 법회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중소교회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요청에도 불구, 예배를 강행했다. 이날 오전에 찾은 남구 삼산동의 한 교회는 ‘코로나 사태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만 부착돼 있을 뿐 문은 열려 있었다. 잠시 뒤 승합차가 도착하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리더니 교회 관계자의 인솔에 따라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달동의 또 다른 교회도 문이 열려 있었고, 신도들이 하나 둘 씩 주일예배를 위해 교회로 들어가는 등 상당수의 중소교회들이 이날 예배를 강행했다.
남구가 최근 지역내 150여곳의 종교시설을 방문해 모든 집회(예배, 미사, 법회)에 대한 금지 독려를 실시했음에도, 32곳의 교회는 여전히 예배를 진행한다고 답변했다. 남구지역 전체 교회 119곳 중 32곳이 예배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4곳 중 1곳은 예배를 진행하는 셈이다.
일부 중소교회들의 예배 진행과 관련 시민들은 우려감은 높은 상황이다. 이에 부동산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이러한 예배 강행과 관련 “종교의 자유도 좋지만 시국이 이러한데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예배했다고 해서 지탄하고 비하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반박글 등 갑론을박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회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