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총선 정국에서 ‘주류 용퇴’는 새해 1월 이후 공천 과정과 맞물려 활발하게 이뤄지는 데 이번에는 그 시기를 대략 한 달 정도 앞당긴 셈이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기현(울산 남을) 전 대표가 물러난 만큼 내년 4월 총선까지 인적 쇄신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리라는 기대감도 있다.
당초 혁신위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지도부·중진·친윤 인사들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을 때만 해도 당내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인 위원장의 ‘급발진’이라는 식의 평가가 대부분이었고, 당사자로 지목된 주류 인사들은 ‘월권’이라며 더욱 거칠게 반발했다. 혁신위가 지난 7일 조기 해산하면서도 주류의 외면에 ‘희생’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자 정치권 안팎에선 ‘빈손 종료’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하지만 장 의원과 김 대표가 결단하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한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결국 혁신위에서 한 모든 게 실현됐다”고 평했다. 인적 쇄신의 방아쇠를 당긴 인 위원장이 ‘나머지 50%의 혁신’을 당에 넘겼고 당사자들이 곧바로 호응하는 모양새도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두 사람의 퇴진이 워낙 갑작스럽게 전개된 터라 당내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혁신위와 지도부 사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던 시점에 윤 대통령이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을 동시 초청해 오찬하면서 주류 쇄신 방향으로 급속히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당내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김 대표와 장 의원에게 ‘결단’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주류는 총선 민심을 잡기 위해선 ‘주류 용퇴’로는 부족하고 ‘용산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은아 의원은 이날 “대통령이 바뀌셔야 한다는 게 국민의 마음인데 정부·여당은 ‘대통령 빼고는 다 바꾸겠다’는 마음인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민심, 마음을 읽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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