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울산 울주군 구영리와 남구 남산 등 일대. 산책하던 일부 주민이 주머니에 담긴 곡물을 인도와 등산로에 뿌리자 순식간에 비둘기 수십 마리가 몰려들었다. 도로 가장자리와 횡단보도 앞까지 비둘기 떼가 점령하면서 근처를 오가던 시민들은 발길을 주춤거리기도 했다. 어떤 시민은 익숙한듯 프라이팬을 꺼내들고 “먹이를 주지 마라. 차도로 튀어나온다”며 쫓아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중구 태화시장 안에서눈 비둘기떼로 갈등이 이어지면서 행정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인근 주민이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면서 수십 마리가 몰려들고, 보행로와 주차 차량 곳곳에 배설물이 쌓이자 장날마다 상인과 방문객 민원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시민들은 “비둘기떼가 바글바글 몰려서 날아다니니 혐오스럽고 근처에 가기도 싫다”며 반발한다. 반면 먹이를 주는 주민은 “내 돈으로 주는데 무슨 문제냐”며 “독수리, 고양이도 밥을 챙겨주는데 비둘기는 왜 안되냐”고 맞서고 있다.
최근 울산 공원·산·시장 등 지역 곳곳에서 비둘기 먹이주기를 둘러싼 주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위생 문제와 보행불편 민원이 잇따르며 과태료 부과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동물·시민단체의 반대도 거센 상황이라 행정이 고심하고 있다.
비둘기는 환경부가 지정한 ‘유해야생동물’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장이 특정 구역을 ‘먹이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위반할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미 서울·세종 등에서도 관련 조례를 제정해 공원·광장 등을 중심으로 먹이주기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생명존중 논란과 일부 시민 반발이 적지 않아 추진 과정에서 마찰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에서는 남구가 지난해 12월30일 ‘울산 남구 유해야생동물 먹이주기 금지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금지구역을 지정하지는 않았다. 남구 관계자는 “주민 의견 수렴과 실태 파악을 거쳐 올해 안으로 금지구역을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애로도 존재하는 만큼 행정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몰래 밥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 현장에서 바로 단속하기가 어렵다. 금지구역을 지정하더라도 그 구역 밖을 나가 밥을 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구역 설정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구에서 비슷한 조례 발의를 준비 중인 홍영진 의원은 “비둘기떼의 배설물·통행불편 민원으로 공무 피로도가 높은 한편 동시에 주민간 갈등으로도 계속해서 번질 소지가 있다”며 “금지조례를 지정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 타 지자체 운영 사례를 보며 조례 제정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