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키오스크와 양심가게
상태바
[경상시론]키오스크와 양심가게
  • 경상일보
  • 승인 2024.02.06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영어인 kiosk(키오스크)는 ‘궁전이나 작게 만든 현관 건물’을 뜻하는 중세의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 어디를 가나 흔히 이 ‘감정 없는 종업원’을 만날 수 있고 인간과 기계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풀어 대화에 성공해야만 음료 한 잔이라도 마실 수 있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키오스크와 관련해 ‘장년,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현상’이 문제 되고 있다.

키오스크는 정확하게는 ‘interactive kiosk(대화형 키오스크)’인데, ‘무인 키오스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별도의 형용사 없이 키오스크라고 하면 구내매점이나 작은 박스형 가게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해의 편의를 위해 전자식의 자동 주문기를 그냥 ‘키오스크’라고 부르기로 하자.

음료나 음식을 파는 매장에서처럼 입장하자마자 주문하는 과정에서 접하는 키오스크 외에도, 대형마트나 패션매장에서는 결재하는 과정에서 무인 계산대의 설치 및 사용이 늘고 있다. 필자도 이제는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자연스럽게 자동계산대로 향하게 된다. 최근에는 상품을 그냥 들고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이 편의점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또한, 주문한 음식 서빙 로봇이 등장한지도 좀 되어 이젠 신기해하는 사람도 드물다. 일자리 감소가 바로 이해되는 현장이다.

택시 어플이 출시된 이후 택시운전사와 이용자는 모두 이 어플을 거의 필수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능이 늘어나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데 오랜만에 이용하는 경우 당황하는 때도 있게 되고 한동안 안 쓴 사람은 아예 이 어플을 열었다가 덮어버리기도 한다. 무인 카페, 무인 아이스크림가게 등이 생긴 지는 한참 된 것 같다. 업주로서는 인건비 절약이 최대의 장점이다.

한편 또 다른 의미의 무인 상점으로 ‘양심가게’라는 것이 있다. 수박을 파는 양심가게가 뉴스에 나온 적이 있어 유심히 본 적이 있다. 그 외에도 여행을 하다 보면 시골에서 종종 접하는 것이 돈 통이 옆에 놓여 있는 양심가게이다. 양심을 파는 것이 아닌 양심을 사는 가게이다. 다른 기사를 보면 경남 고성의 어느 마을에서 운영하는 ‘무인 양심가게’가 얻은 수익금 전부를 매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해오고 있다는 따뜻한 뉴스도 있었다.

기계와 친해져야 하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아니 훨씬 전부터 우리는 그런 세상에 이미 살고 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인건비를 줄여 수익의 최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사업자의 덕목이니 앞으로 더욱 기계의 사용이 늘 수밖에 없다. 다만 ‘장년,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현상’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 가보자. 당시 한자를 익히지 못하는 신분, 계층은 한문으로 된 글을 읽지 못했고 그에 따라 고급정보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나름대로 명명하자면 ‘고급정보 소외현상’이다. 비록 한글이 반포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었겠지만 소위 ‘돈이 되는’ 또는 ‘출세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모두 한자로 기록된 문서들이었을 터이니 이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소외된 상민들이나 천민들은 계층을 뛰어넘지 못하고 정보에서 얻는 혜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신분제도의 탓도 있겠지만 신분제도에서 파생된 한자의 독점에 따른 폐해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현대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가려진 어두운 부분 즉 디지털 소외로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전은 당연히 기계 이용률을 높일 것이고 누구든 키오스크를 비롯한 기계와의 대화는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해야 하며,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더 기계와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만 정부, 지자체 그리고 기업은 무인화의 가속에 조금의 속도 조절을 하여 현대문명으로부터 소외받는 사람들을 보듬어줘야 할 책무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조성한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에서의 키오스크 교육 등 디지털 교육은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할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외에도 ‘키오스크’ 자체의 변신도 기대해 본다. 향후 아마도 ‘양심가게’에서 빌려와야 할 듯한 ‘따뜻함이 있는 사람 같은 키오스크’가 언젠가 나타나지 않을까.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