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암은 ‘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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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암은 ‘앎’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2.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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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목 파인힐병원장

요즘 인터넷을 통해 최신 의학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의사나 환자에게 모두 유익한 일이다. 질병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얻은 환자는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환자 자신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에 확신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따르게 된다.

그러나 의료 정보의 과잉 확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사의 진료행위가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잘못된 확신을 줄 수 있다. 즉 어떤 약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환자 스스로 처방을 내려 복용하거나 민간요법으로 암을 고쳤다 하여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병명이 암인 이상 어느 한 가지 약이나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낫게 한 방법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더구나 모든 약품마다 다소간의 부작용이 따르고, 암 환자처럼 신체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그 부작용이 더욱 심각해져 치명적일 수도 있어서, 의사의 임상판단이 대단히 중요하다.

생명을 위협받는 암 환자의 진료에는 노련한 의사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는 장기간의 연구와 노력, 집중적인 사고 그리고 많은 경험 속에서 지속적으로 획득되어진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치료법을 적용하고 각 환자의 상태를 세밀히 살펴 가면서 필요하다면 그 치료법을 변경하기도 한다. 그것이 최선의 진료이다.

최선의 진료를 위해서는 정보 외에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환자들이 의사보다 비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고 검증되지 않은 요법에 의존함으로써 치료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환자들이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명을 위협받는 암 환자는 특히 그러하다.

환자들은 양질의 진료와 완치에 대한 기대를 안고 대학병원을 찾지만, 처음의 기대와 달리 실망감으로 병원을 나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치료하는 암 환자 중에는 현재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인 환자도 있고 항암치료가 끝난 환자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수술과 항암치료가 끝난 후 일정한 간격으로 내원토록 하여 재발 여부에 대한 검사만 할 뿐 재발방지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니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하소연한다. 환자가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기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이 수술을 받는다고 완치되는 것도 아니고 항암치료를 계획대로 모두 받았다고 재발이 방지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암 치료법은 암의 진행 정도, 암의 전이 정도, 암의 진행속도,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 등을 고려하고 치료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비교 평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는 몇 개월의 생명 연장을 위해 힘든 수술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완치를 기대하며 참고 견디었던 온갖 어려운 치료들의 결과가 보잘것없을 때 환자는 절망한다.

이 경우 의사로서는 최선이었을 수 있으나 환자에게는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행 암의 경우에는 삶의 질을 향상하고 암의 진행을 늦추어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최선이 될 수 있도록 최적의 치료 방침에 의해 가능한 모든 치료법을 동원하여 적용해야 한다. 최적의 치료 방침은 의사에 따라 다양할 수 있는데 경험 많은 의사의 지식에 의존하는 게 바람직하다. 동시에 치료의 많은 부분을 환자 자신이 결정해야 하므로 환자도 암의 치료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 또 알아야만 의사와 상의해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암, 알아야 치료할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와 함께 암 환자들에 대한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김진목 파인힐병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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