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79)]원숭이의 어리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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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79)]원숭이의 어리석음
  • 경상일보
  • 승인 2024.02.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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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동남아시아에는 원숭이가 많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섬에는 희귀한 원숭이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술라웨시 주민들이 원숭이 고기를 관광객들에게 파는 것 때문에 당국이 골치를 앓는다고 한다. 이 희귀 원숭이들이 멸종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술라웨시의 원숭이 사냥꾼들은 나무에 원숭이가 주먹을 펴야만 손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조그만 구멍을 파거나 호로병을 걸어놓고 그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쌀을 넣어 놓는다. 그러면 원숭이는 나무에 손을 넣고 손 가득히 쌀을 움켜쥔다. 이때 숨어 있던 사냥꾼이 원숭이를 잡기 위해 다가온다. 원숭이는 필사적으로 달아나려 하지만 달아나지 못한다. 쥐고 있는 쌀을 놓고 주먹을 펴면 구멍에서 손을 뺄 수 있음에도, 겨우 한 줌의 쌀 때문에 쥔 손을 펴지 않기 때문이다. 원숭이는 결국 쌀 한 줌에 대한 욕심과 집착 때문에 죽게 된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하(子夏)가 있다. 그는 본명이 복상(卜商)이며 자하는 그의 자이다. 자하가 노나라 거보의 수령이 되어 스승께 고을을 다스리는 방도를 여쭈었는데, 공자께서 일러주시기를, “공적을 올리려고 일을 속히 하려고 서둘지 말고, 조그만 이득을 탐내어 보지 말아야 한다. 속히 서둘면 도리어 달성하지 못하고, 조그만 이득을 탐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하는 법이다”라고 했다. 제자 자하가 눈앞에 보이는 빠른 효과와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성격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던 공자가 충고한 것이다. <논어> ‘자로 편’에 나온다.

무언가를 손에 틀어쥐고 놓지 않으려고 하면 결국은 더 큰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원숭이처럼 남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한비자는 재앙은 지나친 욕심에서 나온다고 했다. 집착은 나를 해롭게 하고 남을 해롭게 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지위, 명예, 재물, 인연 등 많은 것들에 욕심을 내고 집착을 하게 된다. 무리하게 가지려고 하면 잃어버리는 게 세상 이치이다. 쌀을 움켜쥔 주먹을 놓지 않아서 끝내는 죽임을 당하여 남의 먹이가 되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겪지 않아야 할 것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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