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보이지 않는 댐’으로 물 부족을 해소하자
상태바
[발언대]‘보이지 않는 댐’으로 물 부족을 해소하자
  • 경상일보
  • 승인 2024.03.05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안수일 울산시의원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일은 물 부족에 시달리는 울산시와 시민의 숙원이다. 울산의 중심을 흐르는 태화강이 있지만 100만이 넘는 울산시민이 그 물을 마시고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강의 길이와 유역면적이 크지 않고, 본류로 들어오는 지류의 개수와 규모도 빈약해 충분한 수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자라는 물을 갖다 쓸만한 풍족한 수원이 울산에 있는 것도 아니다. 회야댐, 사연댐, 대곡댐 등 낙동강과 태화강 수계에 만든 댐의 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고 있지만 충분치 않고, 경북의 운문댐 물을 사 오는 일도 지자체간 이견이 있어서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암댐도 규모가 작은 데다 제대로 준설이 이뤄지지 않아 물그릇이 작을 수밖에 없어 울산은 만성적 물 부족에 시달린다. 이러다 보니 시민이 부담해야 하는 물값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물 부족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기온이 상승하고 해마다 강수량의 편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울산에 들어설 이차전지 특화단지, 미래 자동차부품 단지 등 산업단지가 필요로 하는 용수 수급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울산시는 20여년 전부터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화강 수계의 상류 곳곳에 작은 규모의 댐 여러 개를 새로 만들어 상수원을 다변화하고 식수원을 자체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렇지만 작년에 들어서야 소규모 댐 개발과 기존 댐 저수량 증대, 해수 담수화 등의 내용을 담은 맑은 물 확보 계획이 구체화 된 것을 봐도 물 부족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모자라는 물을 당장 늘릴 수 없다면 있는 물을 아껴 쓸 수밖에 없다. 기약 없이 언제 실현될지도 모를 댐 건설을 기다리기보다 물 절약을 생활화해서 실천하고 곳곳에 효율적인 절수설비를 설치해서 물 사용량을 30~40% 정도 줄이고 유수율(有收率)을 높여나간다면 굳이 추가 댐이 없어도 당분간 물 부족은 해소할 수 있다.

필자는 제7대 의회 때부터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을 아끼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시민 소통과 시정 질문, 현장 시찰, 업무 협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절수 의식을 함양하고 새는 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에는 수돗물 절약과 효율적 이용을 위한 절수설비 설치 촉진을 위한 조례도 만들어 시행하도록 했다. 작년 말에는 전문가와 관련 공무원들과 함께 안정적인 취수원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도 열었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가 작년에 유수율을 높여 새는 수돗물 181t을 아꼈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다. 공급 수돗물 총량에서 기업과 가정으로 들어간 수량의 비율을 의미하는 유수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새는 물이 적다는 뜻이다.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해 누수탐사 인력을 더 늘리는 한편, 적극적으로 누수탐사와 누수복구 활동을 벌여 전년도의 88.2%보다 1.4%p 높은 유수율 89.6%를 기록했다고 한다. 생산원가 기준으로 약 20억원을 아낀 셈이고 그만큼 물을 더 생산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런 추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올해 유수율 목표치를 90.1%로 상향했다.

물을 아껴 쓰고, 새는 물을 막는 것은 보이지 않는 용수 댐을 만드는 일과 같다. 시민에게 물 절약을 홍보하고, 절수 및 누수탐사 관련 인프라를 확대·개선하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댐 몇 개를 만드는 것보다 더 간편하고 값싸게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물 부족 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을 얻고 있는 울산에서 보이지 않는 댐이 많이 생겨나 물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안수일 울산시의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