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더할 나위 없이 나답게, 아름답게
상태바
[교단일기]더할 나위 없이 나답게, 아름답게
  • 경상일보
  • 승인 2024.03.06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배상아 울산 연암초등학교 교사

최근 방송을 타고 ‘아름답다’의 어원이 화제가 되었다.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나’를 뜻하는 한자 아(我)로 표기된다는 것이다. 즉, 아름답다는 말은 곧 나답다는 것으로 바꿔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었고 행사의 슬로건이나 광고 문구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언어적으로 ‘아름답다’의 어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출처도 알 수 없는 이야기에 그토록 감명받은 걸까?

우리는 온전한 ‘나’이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간다. 남들처럼 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이다. 오죽하면 예전부터 부모님들의 단골 멘트가 “중간만 해라”였을까. 하지만 사춘기 소년에서 직장인이 된 아이는 이제 학원을 넘나들며 색다른 취미를 찾거나 여행하며 진정한 자아를 고민하는 어른이 되었다. 남과 다른 특별한 내 모습을 찾는 것. ‘누가 먼저 기발하고 재밌는 것을 시작하는가?’가 핵심인 콘텐츠 과잉 시대가 바라는 성공의 열쇠인 것만 같다. 하지만 이는 특별함을 나다움과 결부시켜 ‘본연의 나’를 채찍질하는 현대인의 경주임이 틀림없다.

언어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재해석되거나 만들어진다. 아름답다의 불분명한 어원이 감동을 준 이유는 더 이상 특별한 점을 찾는데 지친 사람들에게 ‘당신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위로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드라마 ‘미생’에서 비정규직 사원으로서 치열한 삶을 버텨낸 주인공 장그래에게 상사 오 과장은 한 줄의 편지를 쓴다. ‘더할 나위 없었다, YES!’. 늘 비교 대상이 되던 장그래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은 최고의 찬사였다. 무언가를 더하거나 덜어내지 말고, 타인이 만든 잣대에서 벗어나 나만의 줏대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실 안은 때때로 정글 같다. 인기 많은 아이를 중심으로 무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며 새로운 개체의 침입을 경계한다. 고학년이 될수록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비교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무리가 자아를 결정짓기도 한다. 특히 조를 구성할 때,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눈짓과 손짓으로 함께 하자는 신호를 주고받고 혹시나 친구와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약육강식의 정글을 견뎌내는 학생들에게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3월, 반 배정의 아픔을 이겨내고 교실에 온 제자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어야 겠다. “너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이들아” 교육 가족 모두가 아름다운 한 해를 보내는 2024년을 위해.

배상아 울산 연암초등학교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