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인공지능(AI)시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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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인공지능(AI)시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4.03.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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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2022년 중순부터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이 불고 있다. 대형 서점 코너 하나를 ‘챗GPT’ 책들이 가득 채웠다. 사용법부터 챗GPT로 돈 버는 방법까지….

가수 10㎝는 챗GPT를 사용해 인공지능과 인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관한 노래를 작사·작곡해 발표까지 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과 인공지능이 서로 영어로 대화를 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이 자신의 물음에 답하는 것을 신기해하며 발음에 신경 쓰고 수업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공대생의 ‘탄소 나노튜브(신소재)를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채 5초도 안되어 교수님 설명에 버금가는 전공 수준 이상으로 정리된 답을 내놓는다. 언론기사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만드는 뉴스 웹사이트는 이미 세계적으로 125곳이나 된다고 한다. 기존 인터넷검색도 챗GPT의 등장 이후 검색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있는 사진들을 합성하는 걸 넘어, 아예 세상에 없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지만 이미 인공지능이 만든 책이 출판되었고, 판타지 영화와 게임, 웹툰을 제작하는 등 창작활동도 가능하다. 변호사·의사 시험을 통과하는 등 갈수록 학습능력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편, 미국 뉴욕시는 공립학교에 챗GPT 사용을 금지했고, 일부 대학들은 논문 표절의 범위에 챗GPT가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챗GPT에게 해킹을 위한 악성코드를 만들 수 있는 정보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정말 악성 코드를 만들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준다. 챗GPT가 범죄 수단이 될 수도 있는 사례다.

지식재산권 또한 사회적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 얼마 전 국제사진전에서 1위를 차지한 사진은 인공지능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작가 스스로 공개했다. 후쿠시마 지진 직후 트위터에 웃음 띤 장관 얼굴이 유통되어 반정부 여론을 조성했지만 사실은 인공지능 이미지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를 활용해 만든 가짜였던 게 판명됐다. 국내에도 ‘딥페이크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미 튀르키예와 슬로바키아 선거 때 딥페이크 콘텐츠 유포 이후 판세가 바뀐 전력이 있어 간과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공지능 딥러닝의 원리는 확률적 계산 방법들을 웨이트(가중치)에 담아서 결과를 예측하는 건데, 여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른바 진실은 그렇게 크게 의미가 없다.

이미 생성형 AI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매개체로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가 도리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 도입으로 일자리 6900만 개가 창출되고, 8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전 세계 일자리의 25%, 한국은 일자리의 23%가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단순 사무 관리직, 판매 서비스직 업무뿐 아니라 전문성이 높은 전문직 영역까지도 점령할 태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어디까지 대체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에 있다 하겠다. 물론 생산성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걱정되는 건, 생산성 증가가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몰아내고, 부자는 더 부유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만들어 소득 격차가 커져 사회는 더 폭력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도, 호모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도, 전 세계 유명인사 1000여명은 “최소 6개월간 첨단 인공지능 개발을 일시중단하고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성명에 동참했다. 최첨단 인공지능은 지구 생명 역사에 중대한 변화를 낳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공론화한 것으로 유럽연합은 이미 규제를 준비 중이다.

최근 인공지능 챗GPT, 메타버스, NFT 등 신기술이 급속도로 우리의 일상을 침투하고 있다. 너무 빠른 속도에 두려움을 느낄 정도다. 실제로 이러다가 일상의 불편 정도가 아니라,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닌지 염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럴수록 변화를 피할 게 아니라,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새로 등장하는 기술은 항상 위협이자 기회로 간주 되었는데,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은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켰으며, 정보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경제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 학습, 그리고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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