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의 경제읽기(5)]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2024년 울산경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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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경제읽기(5)]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2024년 울산경제 전망
  • 경상일보
  • 승인 2024.03.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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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원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미국 경제학자 J.K. 갤브레이스(Galbraith)가 1977년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를 출간한 전후로 전 세계는 1·2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즉,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물가급등과 경기불황이 동시에 오는 현상을 겪고 있었다. 그의 주장은 그 시대를 관통하는 지도적인 사상이나 원리, 진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당시 혼란스러웠던 정치·경제상황, 국제정세 등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용어가 되었다. 현대사회에서는 불확실성이 상수로서 지금은 그때보다 불확실성이 더 광범위하고 뿌리 깊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야말로 세계경제는 격변의 연속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쌓여있는데 늘 새로운 이슈들이 다시 생겨난다. 집 앞의 눈을 다 치우지도 않았는데 그 위에 더 큰 눈이 내려 계속 쌓이고 질퍽거리는 형국이다. 그래서인지 닥터 둠(Dr. Doom)이라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초거대 위협(mega threats)’과 같은 비관적 관용어구의 애용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서머스와 같은 신중한 경제석학도 이제 ‘구조적 침체(secular stagnation)’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만큼 과거의 경제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경제질서를 찾아가는 이행기에서 직면한 현실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서일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코로나가 발생시킨 높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 다행히도 인플레이션은 미 연준과 한국은행 등 주요국의 과감한 통화정책 실시로 목표치를 향해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붕괴된 글로벌 공급망은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미·중간 ‘디커플링이냐’ ‘디리스크냐’를 따질 필요 없이 세계경제는 주요 경제권역별로 나뉘는 네편과 내편을 따지는 공급망 분절화(fragmentation)로 나아가고 있다.

패권국가로 나아가려는 중국은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불안정성이 내재된 가운데 부동산 부실이라는 ‘회색코뿔소 리스크’ 우려는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금 전쟁중인 유럽, 중동은 물론 동아시아에서도 무력충돌의 위험이 높아졌다. 지난해 챗GPT가 촉발시킨 열풍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서 AI가 사람을 보조하는 제한적 AI(ANI, Narrow) 수준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일반적 AI(AGI, General)의 출현을 머지않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이외에도 더 많이 있겠으나 이러한 것들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세계경제의 위험요소이자 불확실성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첨단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 울산지역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제비중을 감안한 울산의 상대적 수출배수(지역수출비중/GRDP비중)는 2022년 기준 3.3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따라서 울산지역의 수출증감률과 지역성장률 간 상관계수가 2010~2022년중 0.72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울산지역 수출증감률과 세계성장률 간에도 같은 기간 상관계수가 0.61에 달해 역시 작지 않은 수준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울산지역이 견고한 성장세를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성장경로를 밟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내재화해서 위기를 기회로 역이용하는 진취적인 태도가 불가피하다.

다행스럽게도 울산지역내 많은 기업들은 우리나라 국대기업으로서 세계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세계교역 신장률이 지난해(+0.4%)보다 크게 높은 +3.2%(한은 전망)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이들 기업의 수출 역할이 좀 더 커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 한은 울산본부가 자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올해 울산경제 성장률은 3%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와 같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제조업은 작년에 이어 양호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에서도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여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의 생산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은 높은 수주잔량, 친환경선박 수요 및 노후선박 교체 등으로 생산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정제의 경우 코로나 기간 주요국 정제설비 투자부진 및 항공유 수요 증가 등으로 생산이 소폭 증가할 여지가 있겠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수요 둔화, 중국의 누적된 설비증설 및 수입대체율 증가 등으로 인해 업황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산업은 현재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글로벌 친환경 흐름에 따라 전기차 및 ESS(Energy Storage System) 배터리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업 생산은 고물가 및 고금리에 따른 실질 및 가처분 소득 감소 등의 영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지난해 수준의 낮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은 작년 급감한 건축허가·착공의 영향이 점차 현실화함에 따라 공사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달리는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움직이는 IoT(Internet of Things)’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제조업은 최첨단기술을 품는 미래 소프트웨어산업이 되고 있다. 불확실성의 세계경제 시대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적극적인 시민의식이 더 절실한 상황이며 울산경제가 이로 인해 한 번 더 도약할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강원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수출과 지역 및 세계 경제성장률간 상관계수
울산 수출증감률과
  울산 경제성장률간 상관계수 세계 경제성장률간 상관계수
2010~2022 0.72 0.61
2001~2022 0.66 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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