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물론 사진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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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물론 사진도 좋지만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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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기회가 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일상의 순간들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사진으로 많이 담아두라고, 시간이 지나면 큰 의미를 갖게 되니 평소에도 카메라를 습관처럼 가까이하라고 말이다. 특별한 장소, 특별한 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또한 당연하다. 일상을 벗어난 대표적 순간은 여행이다. 새로운 장면을 만나면 사진도 무조건 특별해질까?

지난 2월, 2주 동안 가족들과 아이슬란드를 여행했다. 우리 가족은 사진가 부부와 사진을 배우고 있는 아들, 미대생 딸까지 모두가 시각 예술을 공부 중이다. 그 때문에 여행 전 사진이나 기록물에 대해 꼼꼼히 준비하는 편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와 그보다 더 많은 렌즈, 영상기록용 장치, 다양한 부품까지 장비를 모두 담은 가방의 크기와 무게는 상당했다. 어렵게 챙긴 것들은 다행히 모두 다 만족할 만큼 활용할 수 있었다. 장비의 무게와 양은 가족이 나누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고, 기기의 사용은 기술적으로 숙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간혹 사진에 대한 욕심으로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장비를 준비했다가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한다. 크고 무거운 카메라의 무게는 몸을 지치게 하고, 숙달되지 않은 기술은 좋은 순간을 놓치게 하므로 여행이 무르익기도 전에 심신이 피로해지는 것이다. 여행지로 떠날 때도 장비나 사진에 대해서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없고 카메라를 다루지 않던 사람이 여행지라고 해서 갑자기 좋은 사진을 찍게 될 리 없다. 장소나 때, 기계의 문제가 아닌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과 기술력에 달린 것이다. 가장 좋은 카메라는 내 손으로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카메라다. 만약 좋은 사진을 위해 여행 전에 카메라를 준비하고 싶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리 구입할 것을 권한다. 사용법을 충분히 익혀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나보다 좋은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휴대전화 카메라로 가볍게 촬영하며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다. 가끔은 무거운 카메라와 피사체를 쫓는 시선은 내려두고 오롯이 감상에 젖고 싶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첫 번째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밤, 바람에 커튼이 나부끼듯 일렁이는 오로라 댄싱까지 선물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그 순간 내가 가족들에게 했던 말은 “사진만 찍지 말고 눈으로도 봐, 눈에도 담자!”였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것, 그 누구보다 공감하지만 드넓은 공간으로 펼쳐지는 극적인 순간을 작은 화면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추위에 떨면서 함께 뱉었던 탄성과 꼭 잡았던 손, 반짝이며 마주치던 눈은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여전히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진으로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아야 할 삶의 찰나를 놓치지는 않았으면 한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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