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탄소 제로와 에너지 기술
상태바
[경상시론]탄소 제로와 에너지 기술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류가 가축을 수송에너지로 이용하기 시작한 건 5000여 년 전 중앙아시아 평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000여 년 전 수력, 풍력을 이용할 줄 알았고, 석탄을 난방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3500여 년 전이었다.

200년 전인 서기 1830년 영국에서 석탄 증기기관에 의한 여객 철도를 개통하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이후 화석 연료에 의한 대규모 에너지 집중이 가능해졌으며, 대규모 생산 체계의 길이 열렸다. 생산력의 급속한 신장은 막대한 양의 원료와 에너지를 요구하게 되면서, 자연 순환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물질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가져왔고, 지구 에너지 흐름의 변화와 더불어 오늘날 범지구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COP21) 회의에서는 참여한 195개국 당사국 모두가 구속력있는 첫 기후변화 합의인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게 되면서, 전 세계가 크게 반겼다. 그러나 지난해 말 두바이에서의 COP28 총회에서는 단지 석탄에너지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합의안만 채택된 바 있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있기 1년 전인 2014년 영국 런던에서 RE100이라는 캠페인이 열렸다.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고 있다. 2022년 7월 기준 전세계적으로 376개의 기업이 가입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31개 기업이 가입했다. RE100에 가입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본부인 더클라이밋 그룹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되며,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성과를 점검받는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에 60%, 2040년에 90%를 확보해야 자격이 유지된다. 앞으로 세계무역에 커다란 이슈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 기업은 RE100 달성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장 어려운 나라로 지목되어 있다. RE100을 강제할 경우 핵심 사업장을 해외로 옮겨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업체로부터 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하면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것으로 간주해 준다고 한다. RE100 캠페인은 국제기구가 아닌 유럽의 비영리단체가 만든 캠페인으로 지나치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 일각에서는 RE100이 탄소중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미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축을 이동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를 향해 부리는 횡포라는 비판도 있다.

미국은 자국내 공장을 지으면 전력사용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한다. 유럽연합은 2022년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자, 가스공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석탄발전을 재가동한다고 했다.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기로 했던 독일은 탈원전을 한다고 하면서도 원전 재가동을 놓고 시끌하다. 프랑스와 영국은 원전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세계 첫 탈원전 국가인 이탈리아가 원전 재도입을 시도하는가 하면, 스웨덴도 탈원전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다는 유럽 국가들도 이같은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위해서 ‘CF100’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CF100은 ‘무탄소 에너지 100%’를 뜻하는 말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 발전, 청정 수소에너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도 포함된다. 원전의 경우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갖추는 조건이다.

‘탄소 제로’가 RE100인지 CF100인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10%도 안 되는 우리나라로서는 RE100에 맞추는 국가 에너지 정책을 마련함이 옳을 것이다.

최근 산유국들은 ‘오일 머니’를 가지고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전 세계 관련 업체들이 달려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들과 같은 방식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 ‘CFE 징검다리’를 거쳐 가는 한이 있어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자체 기술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엄청난 돈을 해외 기술 기업에 바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뿐만아니라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기후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한반도 안의 작은 땅을 가진 우리나라는 기술개발만이 살길이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