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금 칼럼]누구를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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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금 칼럼]누구를 뽑나?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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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공천도 거의 마무리 되어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만 남았다. 후보들 중에는 일부 새로운 얼굴도 보이지만 참신성과 혁신성 면에서는 한참 떨어진다. 시스템 공천이라고 내세우지만 누가보아도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다. 겉으로는 여론조사 비율을 반영하는 등 마치 정교한 계량적 지표에 따라 엄정하게 공천을 진행한 것 같지만 실은 충성도를 고려하는 자의적 선택만 있을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 정당의 공천은 제도적으로나 구조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이른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선호를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가 거의 누더기 수준으로 형해화 되었다. 도대체 어떤 선진문명국 중에 이런 ‘사기정당’을 만들어 국민들을 현혹하는 곳이 있는가. 더 나아가 야당은 연합공천이라는 명목으로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으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대부분의 정당은 소수의 위원회를 구성해 면접과 여론조사를 병행해 공천자를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비공개적이며 불투명하다. 국민들은 왜 그 사람이 자기 지역의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반면 정당의 권력자들은 후보선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정치의 지역적 특성상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곳이 많다. 결국 소수의 권력자들이 밀실에서 은밀하게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국민들은 공천결과에 실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21대 현역 국회의원의 교체비율이 높지 않다. 사람만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최악의 국회를 만들었던 사람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양당 모두 혁신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1대 국회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민생정책보다는 극렬 지지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적 주장만을 앞세웠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국민들의 통합보다는 분열과 대립을 조장했다. 극히 무능력하고 비생산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특권과 특혜는 기를 쓰고 확대해 왔다.

이런 인물들이 대거 교체되지 못하고 또 다시 후보로 공천되었다. 여당의 경우 여러 다선의원들이 돌려막기로 공천되었고, 돌격대 역할을 했던 초선들도 대거 공천을 받았다. 야당의 경우 인물 교체비율은 조금 높은 편이지만, 당 대표 형사사건의 법정변호를 담당했던 사람, 강성 지지층의 지원을 받은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다. 거기다가 국론분열의 장본인이자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정당을 급조하고 여기에 법적·정치적 흠결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결국 국회의원은 이들 중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우리가 플라톤이 말한 지혜와 용기와 절제를 갖춘 ‘현인’(賢人)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뽑고 싶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22대 국회는 21대보다 더 극심한 대립으로 점철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국민들은 다음 국회는 확연히 달라지기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상대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람보다는 타협하고 수용하려는 사람을 뽑고 싶다.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보다는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인물을 뽑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는 적극적으로 훌륭한 사람을 찾기보다는 거꾸로 국회의원으로 가장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뽑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예컨대 강경한 언사로 상대를 공격하고 막말과 혐오 발언을 일삼았던 사람, 국민들보다는 권력자 주변에서 아부와 비굴함으로 버티어 왔던 사람은 절대 뽑지 말아야 한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보편적인 상식과 교양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정치인들보다 현명하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방향이 바로잡힌 경우가 많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재현되기를 고대(苦待)한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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