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외국인 근로자 ‘소방안전리더’ 훈련 가보니…“회사 동료에 소화기 사용법 등 알려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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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외국인 근로자 ‘소방안전리더’ 훈련 가보니…“회사 동료에 소화기 사용법 등 알려줄것”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4.03.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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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부소방서는 20일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26명을 지정 ‘소방안전리더’로 지정하고, 소방훈련을 진행했다.

“회사에 돌아가서 화재 대응법을 다른 동료들에게 잘 알려주겠습니다.”

20일 울산 동구 동부소방서 지하 1층에 위치한 농연 훈련장. 주택 내부 모형으로 이뤄진 훈련장에는 흰색 연기가 가득 차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소방복을 입은 동구지역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들은 5인 1조로 자리에 앉은 뒤 서로의 어깨와 벽면을 짚으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연기에 포함된 유독가스에 중독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듯 “일어서면 안돼, 앉아서 이동해야 돼”라는 말도 들린다. 이들은 비상구 불빛을 따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소리가 퍼진다.

이후 이들은 소화전을 열고, 소방 호스를 연결한 뒤 옥상으로 이동했다. 연기가 나는 발화 지점에 물을 뿌리는 조준 방수 훈련도 시행했다.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베트남인 웬빤씬(35)씨는 “연기가 자욱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연습으로 실제 상황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장에 돌아가서도 소화기 사용법 등을 동료들에게 알려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월 말 기준 동구에 등록된 외국인은 7749명으로 전년 동월(4550명) 대비 3200명이나 증가했다. 이 중 5200여명은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조선업 수주 증가세에 맞춰, 동구 지역 외국인 근로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화재 예방 및 대응에 관한 교육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동구 방어동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교육의 중요성이 빛을 발했다. 당시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의 빠른 내부 전파와, 소방과의 유기적인 소통으로 인명피해 없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동부소방서는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과 협업, 조선소에 근무하는 외국인 중 한국어에 능숙한 26명을 선발해 ‘소방 안전 리더’로 육성하고 있다. 소방 안전 리더는 화재 등 유사시 소방과 소통하고, 다른 근로자에게 소방기구 활용 등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동부소방서는 이날 훈련 외에도 심폐소생술(CPR), 응급처치, 안전체험관 등 현장 실습 중심의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원근 동부소방서장은 “스스로를 지키고, 동료를 돕고, 정부도 역할을 다하는 슬로건의 의미와 같이 우리 모두 안전한 사회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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