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81)]열녀의 길, 엄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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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81)]열녀의 길, 엄마의 길
  • 경상일보
  • 승인 2024.03.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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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나의 박사학위 논문은 전란을 겪은 사람들의 생애 기록물의 장르적 성격에 관한 것이다. 나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란을 겪은 사람들의 기록물, 특히 인물전(人物傳)을 찾고 번역하고 분석했다. 내가 읽은 작품이 1000여 편 되고 그중 전란 관련 작품이어서 번역한 작품이 150여 편이다.

전란 전(傳) 작품 중에는 특히 열녀전이 많았다. 사연도 다양했는데, 대부분 참상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가슴 아팠다. 적의 겁탈을 피해서 달아나거나 숨은 여인들, 그 여인들이 제 발로 나오게끔 하기 위해 갓난아이의 목숨을 위협하는 장면들이 가끔 있다. 이때 조선의 여인들은 정조를 지키기 위해 끝내 제 아이의 목숨을 외면하거나 정조를 더럽히더라도 나와서 아이를 구하려고 한다.

가끔 열녀전 강의를 하면서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여자)에게 물을 때가 있다. 당신이 만약 이 상황에 놓여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특이하게도 지역에 따라서 답이 확연하게 달랐다. 어떤 지역에서는 정조를 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데 반해서 어떤 지역에서는 아이를 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가끔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은 정도의 차이가 너무 커서 의아할 때가 있었다. 특히 경주 지역의 경우 정조를 택하는 사람이 전체의 70%가 넘는 데 반해서 울산 지역의 경우 아이를 택하는 경우가 70% 이상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났는지 그 이유는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네 여인들이 다시는 저런 가혹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는 양나라 혜왕이 백성이 모이게 하는 길을 물었을 때,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에 부족하지 않게 하고, 아래로는 처자를 보살피기에 부족하지 않게 해, 풍년에는 일 년 내내 배부르게 하고 흉년에는 굶어죽는 것을 면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조만간에 총선이고 지금은 정치의 시간이다. 국민은 정치인에게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가족이 먹고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게만 해주면 된다. 문제는 현실은 그조차 기대하기 힘들 만큼의 정치고 정치인이라는 데 있다. 그나마 그래도 좀 나은 사람이 정치인이 되고 그래서 좀 나은 정치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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