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진 기자의 행복한 미술관 여행]도시국가의 한계 벗어나 동남아권까지 수용한 ‘포용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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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진 기자의 행복한 미술관 여행]도시국가의 한계 벗어나 동남아권까지 수용한 ‘포용의 공간’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0.03.11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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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파사드.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50주년이 되었던 2015년 개관, 옛 시청과 대법원 건물을 하나로 연결시켜 미술관으로 탄생했다.

시청·대법원 건물 리모델링
두 개의 건물 연결해 6만4000㎡ 확보
21개 섹션에 1만점 달하는 작품 보유
천천히 둘러봐도 반나절 이상 소요

아시아권 미술 허브 지향
공동의 역사적 아픔 간직하면서도
독특한 지역색 발현되는 미술품 전시
동남아권 미술 세계에 알리는 창구로

열린 복합문화공간의 전형
강 너머 탁 트인 전망 시선 사로잡아
주말엔 미디어아트·음악 감상 가능
밤시간 루프톱 레스토랑 야경 한눈에


싱가포르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에게 최적의 해외여행지로 꼽힌다. 비교적 짧은 6시간 비행으로 쾌적하고 안전한, 그러면서도 이국적인 도시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칠리크랩 같은 최고의 미식을 경험할 수 있고 센토사와 마리나베이와 같은 세계적 랜드마크에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싱가포르에는 개관 5년 차의 대규모 미술관이 새로운 방문지로 떠올랐다. 국립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National Gallery Singapore)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해 싱가포르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두번쯤 그 옆을 지나친다. 일렬로 길쭉하게 뻗은 건축물의 위용이 남다르다. 시청과 대법원으로 사용했던 건물이 수명을 다하자 국가적 문화부흥사업의 일환에서 이를 대규모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과정이 흥미롭다. 이 곳은 싱가포르의 근현대사에 중요한 한 시대를 간직한 곳이기에 도시의 역사를 관광객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데 그만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일상과 예술을 한 곳에서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 파사드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쇼.

싱가포르 면적은 울산의 70%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구는 500만명이나 된다. ‘경제우등생’ 싱가포르는 국부의 상당부분을 문화기반을 닦는데 할애한다. 그 중 핵심정책이 ‘르네상스 시티 프로젝트’(Renaissance City Project)였다. ‘현대미술’에 방점을 둔 시설 재건이 관심을 끌었고, 이와 연계해 1월 싱가포르 아트위크를 통해 해마다 전세계에서 가장 일찍 국제아트페어를 추진한다.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뿐 아니라 인근 동남아시아권 국가의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권 공동의 역사적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독특한 지역색이 발현되는 미술품을 시대별로 나눈 뒤 이를 세계미술시장에 당당한 주류로 올리자는 취지다. 이에는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를 아시아권 미술 허브로 만들자는 지향점이 숨겨져 있다. 아트바젤 유치와 뮤지엄플러스 개관 등 홍콩이 지향하는 세계미술창구와 맥을 같이 하고 있어 향후 10년 혹은 20년 후 어떻게 우열이 가려질 지 전세계 미술 마니아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 시청과 대법원을 연결시킨 실내구조.

기존의 건물을 그대로 두면서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을 연출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독특한 문화유산과 지리적 위치를 반영시켜 도시국가의 한계를 벗어나 인근 동남아권까지 수용한 포용의 공간을 만들어 낸 사례는 많지 않다.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는는 시청과 대법원 두 개의 기념비적 건물을 하나로 연결시킴으로써 6만4000㎡(약 19만평)에 걸친 대규모 공간을 확보했다. 이에 더해 클래식과 모던이 공존하는 곳으로 복원시켜 또 한번 눈길을 모았다. 무엇보다 좌우 건축물의 독립과 연계를 오묘하게 절충한 ‘대화식 박물관’을 구축했다. 실내 인테리어 콘셉트는 ‘자연 그대로’. 전체적으로 갈색과 녹색 등 자연색상을 활용하고, 천장 역시 나무 조각을 이용해 장식했다. 오래되어 해진 바닥만 크게 수리했는데 그마저도 이전과 같은 디자인과 색상으로 마감했다.

▲ 동남아시아 갤러리의 관람객들.

그 속에서 공동연구, 교육, 장기 및 특별 전시회 등 전에 없이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총 21개의 섹션에 상시 혹은 특별기획 형태로 전시하는 작품이 엄청나다. 최소 8000점에서 1만점 정도는 유지된다. 천천히 둘러봐도 반나절 이상은 족히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에게나 열린 복합문화공간의 전형이라는 점이다. 차 한 잔을 마시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한다. 밤이 되면 야경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루프톱 레스토랑에서 로맨틱한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 주말에는 온 건물에 울려 퍼지는 미디어아트와 음악을 감상하게 된다. 이 모든 ‘눈’과 ‘귀’의 호강은 놀이공원이나 유원지가 아니라 도심 속 내셔널 갤러리에서 즐길 수 있다. 가장 높은 층인 6층 루프톱에서 내다보는 전망만 보러 가도 좋다. 강 너머 탁 트인 전망은 갤러리가 자칭 ‘밀리언 달러 뷰(Million Dollars View)’라 자랑할 만하다.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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