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핑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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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핑계? 방법?
  • 경상일보
  • 승인 2024.03.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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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울산 대송고등학교

3월은 새로움이다. 찬 기운 머금고 소리 없이 불어오는 봄바람에 늘 같은 모습인 듯한 학교에도 새로움이 가득하다. 방학 동안 훌쩍 커버린 학생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고, 새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갈 동료 선생님들과 나누는 대화도 같은 듯 다른 느낌이다. 새 학년도 업무를 시작하면서, 경험한 적 없던 일들을 마주하니 긴장과 걱정이 먼저 느껴진다. 살쿵 들뜬 마음으로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3월을 꼭꼭 짚어가며 보내고 싶지만, 현실에서의 3월은 입학식과 함께 바쁘게 뛰어가고 흘러가고 있다.

올해 3월, 울산 동구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우리 학교에는 쉼 없는 흐름 속에서 변화의 파동이 출렁이고 있다. 3월1일 자로 학교에 새로 부임하신 교장·교감 선생님은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성찰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은 자신만의 ‘꿈과 끼’를 찾는 성장의 여정이 될 수 있는 학교 분위기 조성에 마음과 정성을 모으고 있다.

한 가지 실천으로 학생 동아리 구성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작년까지는 동아리를 조직하고 구성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었다. 대송고의 역사를 함께 해 온 몇몇 동아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교사가 동아리 활동의 주제를 정하고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했던 동아리 활동에 대한 변화의 첫걸음으로 올해는 교사 주도와 학생 주도 동아리가 만나는 시기였다. 교사 주도의 동아리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하고 학생이 주도하는 동아리는 말 그대로 학생이 스스로 계획하며 활동을 구상했다.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의 계획과 활동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활동 주제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동아리원 모집도 학생들이 찾아 나섰다. 동아리를 담당해 주실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쉬는 시간을 쪼개어 교무실 여기저기를 바쁘게 다녀야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 그리고 여러 선생님과 끊임없는 소통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예상대로 잘 진행되지 않아 속상한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고,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무엇부터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뒤죽박죽되는 순간도 많았을 것이다.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담당 교사인 나를 찾아왔지만, 올해 처음 업무를 맡은 나 역시도 같은 마음이라 위로보다는 공감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업무 담당자인 나도 그리고 학생들도 혼란스러운 이 순간에, ‘새로운 통합영어학습법’을 연구하시는 김성길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가 어떤 일을 마주함에 있어서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핑계를 찾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방법을 찾는다’는 말씀이었다. 체계가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나는 새로 맡은 업무가 너무 힘들어서 못한다는 핑계를 댈 것인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인가? 여러 가지로 고민되고 힘이 들긴 하지만, 어떻게든 동아리를 조직하기 위해 나를 줄기차게 찾아오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니 핑계보다 방법을 찾아 혼란스러운 이 상황과 업무를 단단히 마무리해야겠다.

김건희 울산 대송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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