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미디어파사드’를 이용한 울산의 매력(魅力)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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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미디어파사드’를 이용한 울산의 매력(魅力) 만들기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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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오래전 어둠이 내린 서울역을 나서며, 맞은편 ‘서울스퀘어’ 건물의 거대한 외벽을 가득 채운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를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깊게 남아 있다. 이제는 전국의 많은 상업건물, 공공건물, 공공공간에서도 다양한 미디어파사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디지털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화려하고 사실적이며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미디어파사드의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파사드란 대중매체를 의미하는 미디어(Media)와 건물의 정면을 의미하는 파사드(Facade)가 합쳐진 용어이다. 즉 건축물의 정면에 다양한 형식의 디지털기기를 사용해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미디어파사드를 구현하는 방법으로는 건축물의 입면에 수만 개의 조그마한 LED 원형소자를 매입해 디지털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법, 상징성 있는 건축물의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이미지를 투사하는 프로젝션 맴핑(Projection Mapping)방법, 건축물 외부에 초대형, 초고화질의 LED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 중에서 LED 원형소자와 프로젝트를 사용하는 방법은 어두움이 시작되어야 그 효과를 표현할 수 있다는 시간적 제약과 유지 및 보수의 어려움으로 활용도가 낮아지고 있지만, 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방법은 급격히 발전하는 디지털기술의 영향으로 시간과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는 매년 열리는 신년 행사가 전 세계로 중계될 만큼 세계인을 이목을 끌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타임스퀘어를 둘러싸고 있는 건축물들의 전면에는 초대형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되어 있고, 첨단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상업광고와 공익광고 그리고 디지털 아트(Digital Art)가 끊임없이 상영되고 있다. 광장을 둘러싼 압도적인 크기의 미디어파사드에서 표현되는 디지털 아트의 생동감과 현란함은 특별한 공간 경험을 제공해 타임스퀘어를 세계적 명소로 만들고 뉴욕의 혁신적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파사드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이나 장소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시민들의 생활공간 속에서 환상적인 디지털 아트를 경험하게 함으로서, 삭막하고 건조한 건축물과 도시공간에 생명을 부여하고 특별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공공디자인적 관점에서 건축물과 공간에 미디어파사드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미디어파사드 영상 중에서 특별한 평가를 받는 것은 서울 코엑스 무역센터 옆 SM타운 외벽에 설치되어 있는 ‘K-Pop스퀘어 전광판’에서 상영된 ‘Wave’라는 제목의 디지털 아트다. 농구장 4개 크기의 거대한 초고화질 스크린을 가득 채운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파도의 움직임은 기존의 평면 미디어파사드에서 느끼지 못했던 생동감, 공간감, 입체감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건물의 좌측면과 전면을 연결한 ‘ㄴ자형 디스플레이’에 아나몰픽 일루젼(Anamorphic Illusion)이라는 착시기술로 도시의 하늘에서 거대한 파도가 쏟아지는 듯한 3차원 영상을 표현해서 주변 사람들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 같은 극적 감정을 느끼게 했다. 이곳은 순식간에 서울을 대표하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고,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함으로서 미디어파사드의 공적기능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디지털 아트는 생동감 있게 표현된 압도적 크기의 고래가 유영하는 모습을 3차원영상으로 표현한 ‘Whale’이다. 이렇게 웅장하고 화려한, 살아 있는 것 같은 고래의 모습은 ‘고래의 도시 울산’의 하늘에서 보일 때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과 부러움을 느꼈다.

매력 있는 도시 울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건조하고 삭막한 낮과 적막에 빠져 활기 잃은 밤의 이미지를 가진 울산이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생동감과 화려함이 넘치는 재미있는 도시로 변화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침묵하는 ‘울산시청의 거대한 벽면’에 초대형, 초고화질의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하고, 울산의 역사, 문화, 예술을 담아낸다면, 새로운 도시의 매력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아트를 전문으로 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표현된다면 ‘미술관이 살아있네!’라는 멋진 경험, 특별한 재미를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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