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담화에 의료계 반발, 벼랑끝에 내몰린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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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담화에 의료계 반발, 벼랑끝에 내몰린 환자들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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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의료계에 의대 증원 규모 단일안을 요구했다. 그는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사단체나 현장의 의사들은 윤 대통령의 담화를 일제히 비판했다.

이날 담화문의 핵심은 지난 27년간 의료계의 반발과 정치 논리에 따라 번번이 좌절됐던 의사 증원과 의료 개혁을 이번엔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정부가 고수해온 ‘2000명 증원’를 놓고 조건부이긴 하지만 조정 여지를 열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계와 이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냉담한 반응이다. 의사들은 오히려 이번 담화에 비난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향후 10~20년이 지나면 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의사 수와 우리나라 의사 수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원을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는 점도 부각했다. 의료계가 참여하는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총 37차례에 걸쳐 증원 방안을 협의했고,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간 협의체에서는 19차례 논의를 진행했다며 구체적인 회의 날짜까지 하나하나 거론했다.

그러나 임현택 의협 차기회장 당선자는 최근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 “의사 출신 개혁신당 비례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킬 것”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한발 더 나아가 의대 정원을 오히려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담화를 두고 의료계가 보인 반응은 실망스럽다. 단일 창구는커녕 대화의 의지가 있는지조차 불투명해 보인다. 특히 본질은 놔두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의 파면을 요구한 것은 과연 협상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대통령이 제시한 3자대화 협의체 구성에 하루 빨리 동참하기를 바란다.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는 많은 환자들의 생명이 경각에 처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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