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드론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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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드론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대책 서둘러야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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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미경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

이제 일상에서 드론은 낯설지 않다. 드론이 촬영한 항공영상을 통해 우리가 보는 시선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드론축구에서 드론레이싱까지 취미나 레저로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드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울산은 국토부의 2023년 드론실증도시 구축사업 우수사례 지자체로 선정됐는데, 광역시 중 유일했다. 재난안전도시로서 원전사고를 대비한 50㎏의 방호장비를 배송하는 드론, 불법 드론에 대응하는 안티드론 운용, 영남알프스 조난자를 수색, 구조하는 사업 등의 성과가 빛을 보았다. 올해는 울주군이 대상 지자체에 포함돼, 공원과 관광지에서 드론배송을 상용화하고 드론으로 어촌의 어장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드론산업 활성화 과정에서 걱정되는 것은 안전과 사생활 침해다. 예전엔 비사업용 드론은 기체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피해를 입어도 누가 날렸는지를 찾기 어려웠는데, 항공사업법 개정으로 드론 사용사업자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의무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했다.

2021년엔 항공안전법령의 개정으로 조종자격 개선을 비롯한 드론 관리체계가 한 차례 정비됐다. 최대이륙중량 2㎏을 초과하는 드론은 모두 국토부에 신고해야 하고, 250g 이하 완구용 말고는 저위험부터 고위험까지 구분해서 교육과 비행경력 등 조종자격을 갖춰야 한다.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에도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고층 건물 화재 진압, 각종 구조장비 조달 등 소방활동부터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시설물의 균열 확인같은 안전점검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또한 2022년 9월 국토부가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 따르면 드론을 통한 무인 배송을 2025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드론을 이용한 고층 아파트의 사생활을 몰래 찍는 범죄가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드론 몰카 범죄는 현장에서 피해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드론이 날아왔는지 제대로 알 수 없어 단속과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에 드론을 띄워 불법 촬영하는 ‘드론 몰카’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촬영물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증거 수집의 어려움이 있어 단속도 처벌도 어렵다. 또한 불법촬영물이 인터넷 유포로 이어질 수 있어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하지만 아직 아파트단지에서 드론을 날리면서 부착된 카메라로 창문에 비친 주민의 영상을 찍는 것에 대한 규제는 미비하다. 아파트 창문 밖에서 내부를 찍는 것이 형법상 주거 ‘침입’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는 무단촬영으로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대상이다. 또한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서, 찍힌 사람의 동의없이 영상을 수집한다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드론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증가하면서 관련 규제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드론 운행시 정보보호와 인격권에 관한 문제가 중요시되고 있고, 특히 시청각 수집장치를 장착한 경우 관련 법제를 강력히 적용한다. 미국은 개인정보와 시민권을 보장하면서 관련 산업 경쟁 촉진을 위한 드론 관련 제도 개선작업에 착수했고, 캐나다와 영국은 가이드라인 성격의 접근을 시도하고 별도의 규제 및 법령 마련을 준비 중이다.

드론을 다방면에 활용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반겨야 하겠지만, 이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열에 아홉인데 자기 집에서 마음 놓고 쉴 권리를 누릴 수 없다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헌법상 주거환경권을 침해받는 것이다.

드론 활성화에 따른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조치가 시급하다. 아파트단지에선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권리보다 주민생활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우선 최소한의 조치로, 지자체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아파트단지내 비사업용 드론을 날리는 경우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운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드론 비행에 따른 사생활 침해를 해소하고 불법촬영을 단속하는 등 정부의 발빠른 정책을 기대해 본다.

천미경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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