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선암호수공원 내 산책로 14~16데크 일원은 안전띠로 출입이 막혀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안전띠 아래로 몸을 숙이고 데크 안으로 들어갔다.
약 30m가량 더 걸어가자 15번 데크 일원 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진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옆에는 ‘4월1일부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권 행사를 하기 위해 통행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안내판도 서 있었다.
이용객들은 속도를 늦추고 철조망 사이를 넘어다니며 “다치겠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느냐”며 여기저기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한 여성은 강아지를 안고 철조망을 건너다 바지가 걸려 찢어지기도 했다.
정기산(82)씨는 “주민을 볼모로 하루에만 수백명이 다니는 길을 막았다. 절차에 따른 협의가 우선이다”고 지적했다. 문영숙(68)씨는 “처음오는 사람들은 모르고 다칠 수 있을 거 같아 밤에라도 걷어놨음 좋겠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주는 2022년 말께 데크 한켠에 출입금지 현수막을 설치하고 철조망 설치 예고를 한 바 있다.
이는 남구가 2007년 산책로 개설 당시 지주의 허가를 받지 않고 사유지 내에 데크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사유지에 설치된 산책로 면적은 308㎡다.
지주는 소송을 제기해 5년6개월 간의 사용료를 받았다. 이후 남구는 지주와 협의해 전체 토지를 매입하기로 하고, 공유재산심의 상정을 앞뒀다. 당시 남구가 가감정을 통해 책정한 토지 가격은 평당 20만원으로, 약 12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주는 매매를 앞두고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했고, 최근 들어 남구에 새로운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주는 “도로 개설을 허가하면 산책로 부지를 기부채납할 수 있다”며 “허가가 불가하면 전체 1만9835㎡ 부지를 평당 100만원에 매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구는 도로 허가와 관련해서는 개인의 개발 행위를 위해 공원부지를 해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지 매입가 상향에 대해서는 감정평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가감정 가격과 격차가 커 남구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주는 협상이 불발될 경우 더욱 강경한 대응책을 예고하고 있어 이용객 안전 우려가 지속해서 나온다. 이에 안전관리 요원 배치나 원상복구 명령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지주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협의가 어려울 경우 우회로를 찾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암호수공원 내 사유재산 전수 조사를 실시해 주민과 지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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