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슬기로운 교사 생활 2편-교사를 웃게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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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슬기로운 교사 생활 2편-교사를 웃게 하는 아이들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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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단아 화암초 교사

학교에 근무하면 예기치 못한 많은 일이 생긴다. 학생들이 있는 교실은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다. 어디서 무슨 일이 있어도 놀랍지 않다. 무엇을 상상해도 상상 밖의 일이며 무엇을 기대해도 그 이상이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어른이 감히 생각하거나 예상할 수 없다. 그들의 창의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이다.

필자는 올해 4학년을 맡은 담임 교사이다. 고학년을 선호하는 성향이라 4학년을 맡게 되었을 때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혹시 너무 무서운 선생님일까, 혹은 너무 많은 자율성을 주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반 학생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둥이가 되었다. 물론 매일 같이 사고를 치고 있지만 말이다.

정말 다양한 학생이 교실을 점령하고 있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FM 모범생 반장, 느리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는 꼭 완수하는 아이,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교사에서 말하는 아이, 체구는 가장 작지만, 그 누구보다 활발한 아이까지 각자 모두가 자신의 색을 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필자를 웃게 만드는 아이는 몽골에서 온 학생이다. 가족들 모두가 몽골인이지만 한국 생활이 낯설지 않은 아이이다. 한국말도 아주 유창하다. 개구쟁이 녀석은 마음씨도 착해서 자신이 선물로 받은 간식을 친구들에게 모두 나눠주고는 간식이 다 없어진 것을 뒤늦게 깨닫고 다시 교사를 찾아와 당황케 만든다. 이 친구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잘 모르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갑작스레 몽골인으로 변신한다. “저는 몽골에서 와서 잘 몰라요”라며 발뺌하는 것이다. 이럴 때면 화가 나기보다는 피식하고 웃음이 먼저 새어 나온다. 그러나 필자는 웃음을 감추며 학생의 이름을 근엄하게 부른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세요”

교사라는 직업은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25명이 넘는 학생들이 돌아가며 한 번씩 잘못하게 되면 교사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화를 내고 있다. 그런 모습을 뒤돌아보면 학생에겐 미안한 마음이 그리고 필자 스스로는 지쳐버린 상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필자를 버티게 해 주는 것 역시 학생이다. 작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쪽지 한 장에, 그림 한 조각에, 농담 한마디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렇게 교실은 정말 놀라운 곳이다. 가족과도 같다. 너무 밉다가도 금방 사랑스러워지고 싸우다가도 화해하며 웃는 1년을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글을 쓰는 지금도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필자의 마음에 피어나는 기분이 든다.

신단아 화암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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