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의사 파업과 의료일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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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의사 파업과 의료일원화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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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의사들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났고, 정부는 동분서주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엄정한 법 집행을 이야기하는 한편, 면허 정지 처분을 유예하고 대화를 모색하는 등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공격받는 의사들의 마음은 쉽사리 돌아서지 않는 상황이다. 5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새 의협회장도 연일 강경한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3월20일에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늘린 정원을 다시 재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입시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직장인 수험생을 위한 저녁반 강좌가 개설되고, 재학생들의 재수, 반수 관련 문의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인 신헌영 의원이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며, 현재 약 800명인 한의대 정원을 줄이고 그만큼만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제안하였으나, 정부정책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2021년에 한의대 정원 축소 반대를 했던 한의사협회도 한의대 정원 축소와 의대 정원 증가를 연계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의대정원이 확정된 후라 별다른 반향을 얻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4월10일 총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의대 증원은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 거점대학 중심의 증원은 바람직하지만, 과연 의대증원이 지역 의사 공급으로 얼마나 이어질 것인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도 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대부분은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서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의 불씨도 아직 남아있다. 전남권 의대 신설 TO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는데, 신설이 확정되면 기존 TO를 재배분한다고 한다. TO와 관련해서 각 대학과 지자체가 맞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조금은 걱정된다.

혹자는 남북통일보다 의료일원화가 어렵다고 이야기하지만,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의료일원화를 시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의사와 한의사 모두 국민 건강 보호와 증진이라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두 직역을 제도적으로 구분하면서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의사에 비해 정치력이 약한 한의사에 대한 불합리적인 제약이 훨씬 심한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의사들은 천연물신약, IMS 등의 형태로 한의약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상대방 직역을 배타적, 적대적으로만 대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의료일원화 논의를 통해 의료 체계를 정비한다고 한다면, 정부도 2000명 정원 조정을 할 명분도 생길 것이다. 1987년 제정된 헌법 개정 논의가 나오는 것처럼, 1951년에 제정된 의료법도 이제는 크게 손볼 때가 되었다. 의료 발전에 따른 변화와 국민 수요에 부응하는 새로운 의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나, 환자와 국민들을 위한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한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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