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15)]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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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15)]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제언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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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야 후보들의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심판론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의 인구소멸이 현실화하고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장 눈앞에 표를 의식하여 제시하는 정치인들의 선심성 정책은 필자는 물론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양분법적인 흑백논리가 아닌 사회통합과 성장·고용·복지 선순환 체계 구축이다. 노동개혁은 고용격차를 완화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중구조 타파에 방점을 두어야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녀 성별 간 격차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간 대기업 거대 노조 중심으로 논의가 흘러갔다면 엄연히 경제 주체로 떠오른 비정규직·프리랜서·자영업자 등도 논의의 주체가 돼야 한다. 5인 미만 자영업자부터 택배기사·배달원, 대기업 하청 중소기업 근로자도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대기업 노동자의 연봉은 끝없이 오르고 있으나 협력업체는 저임금·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 간의 빈부격차는 벌어지고 이중구조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전체 일자리의 15%도 안 되는 대기업 일자리에 구직자가 몰리고, 강소·중소·영세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었다. 대기업·공기업은 좋은 일자리고 그 외의 노동시장은 불안정하고 저임금 일자리로 생각하는 청년 구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KDI 발표를 보더라도 2021년 한국의 종사자 250명 이상 기업 일자리 비중은 13.9%로,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2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대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봤을 때 OECD 평균은 32.2%이다.

경제활동 주체가 대기업 근로자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도 포함되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산업에는 경제규모에 비해 사업체 수가 과도하게 많다. 많은 수의 중소기업은 노동 집약화의 산물이다. 즉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업체 수가 과다하다는 것은 사업체 규모가 더 작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는 최적 규모 이하에서 생산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1990년대 산업 구조조정으로 기업 간 분업 관계,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 분업 관계가 확대되었다. 이는 대기업에 경제적 이익을 집중시키는 구조를 낳게 된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도전과 대내적으로는 임금 상승에 대처하여 약화한 가격경쟁력을 보강하기 위해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으로 생산라인을 이전하게 된 것이다. 수출의 잠식과 국내시장의 개방 등 대내외 경쟁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 300인 이상의 대기업들이 경쟁력, 특히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중소기업에 생산공정 일부를 이양하고 단가 인하의 압박을 가하게 된다.

임금이 낮은 20인 미만 기업에서는 생산의 하향화로 인해 창업이 늘고,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인력 수요가 증가한다. 심지어 지역 중소기업의 제조업 부문 노동력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까지 대거 유입된다. 1998년 사업체 수와 고용이 급증하였다가 외환위기를 맞아 20인 미만에서 고용조정이 발생하여 1~4인 규모로 축소되었고, 이후 다시 점차 정상화되었으나 이들 기업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일자리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부가가치의 비중은 거의 변함이 없는 추세지만, 대기업의 사업체 수는 줄어든 반면에 중소기업 영세사업 체수는 급격히 증가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사업체당 부가가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기업 간 분업 관계는 하도급 형의 수직적 분업에서 수평적이면서 개방적인 관계로 개선되어야 한다. 기업 간 관계가 개방적이어야 하며, 중소기업의 혁신이 지속해서 창출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모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협력업체로 가중되고 있는 노동 집약화 추세를 되돌리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여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와 같이 하나의 대기업을 정점으로 피라미드형의 수직적 분업구조에서는 하위기업에 대한 비용 전가가 손쉽게 일어날 수 있다. 하위기업들도 복수의 대기업들과 거래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개방적 분업 구조화가 확대되어야 하며 인위적인 전속거래도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감시 기능이 확충되어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되어야 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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