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젊은이들의 결혼 부담, 옛 품앗이 정신으로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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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젊은이들의 결혼 부담, 옛 품앗이 정신으로 극복하자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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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울산대학교 총동문회 부회장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중대사에 대한 가치관이다. 결혼은 서로 다른 사람이 동반자가 되어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러한 가치는 그대로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특히 현재의 젊은이들은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압박으로 결혼을 기피하거나 늦추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옛날의 품앗이 문화에서 찾아봐야 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품앗이라는 협동 정신을 통해 서로의 일을 도와주며 공동체 생활을 해왔다. 농사일이 바쁜 시기나 집을 짓는 일 등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해결해 나갔다. 이러한 품앗이 정신은 단순히 노동력을 나누는 것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서로를 위한 배려와 연대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결혼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가정의 혼사가 마을 전체의 축제와 같았으며, 이웃과 친족이 함께 기쁨을 나누며 서로를 돕는 모습이 일상이었다. 옛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첫날밤을 치르는 신혼방 앞에 마을 아낙네들이 모여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훔쳐보며 희희낙락하던 모습도 자주 묘사된다. 결혼식은 그야말로 마을 전체의 축제였고 이러한 전통은 우리 민족이 풍류를 즐기고, 서로의 행복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 결혼은 개인과 가족 단위의 행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비용이 필요한 큰 행사다. 웨딩홀 예약부터 일명 스드메라고 불리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과 값비싼 식사비용까지 이제 막 시작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옛 품앗이 문화의 정신을 되살려, 젊은이들이 결혼하는 데 드는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 각 지자체는 건물의 강당이나 학교 체육관 등을 개방하거나 지역사회의 각 종교단체는 자신들의 신도가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게 아량을 베푸는 것도 종교가 가진 이웃사랑의 실천이 될 것이다.

필자의 어릴적 마을의 대소사를 생각해 보노라면 온 동네 사람이 모여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떡이라도 하나 받아들거나 대추나 밤 등을 한 손에 쥐어지기라도 하면 그 행복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는데, 그 추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이에 반해 현대사회는 형제, 친족간이라도 각자 흩어져 살고 있는 경우가 많고, 명절도 더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휴가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더욱이 이웃들도 직업이나 생활환경이 다르다 보니 예전과 같은 정겨움은 온 데 간 데 없다.

가끔 TV 속에서 외국의 결혼식 문화를 접할 때면 정말 축복 속에서 축제의 장을 보는듯하여 부러울 때가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나 국민권익위, 소비자보호원은 특별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해줄 것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한다. 아울러 웨딩 관련 업체들도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조금만 이익을 줄이면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러한 방안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이러한 시도가 지속된다면 젊은 세대가 겪는 결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앞둔 젊은이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자.

김형석 울산대학교 총동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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