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유권자 이기심에 무책임한 공약이 더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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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유권자 이기심에 무책임한 공약이 더해진다면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4.04.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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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현주 사회문화부 차장

“요새 울산 시내에서 KTX울산역까지 택시를 타면 한 2만원 나오나요?”

올해 초 민생토론회를 위해 울산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렇게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 KTX역을 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해결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는 “‘세상에 KTX역까지 이렇게 돈이 많이 나오는 도시도 있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해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울산 시민에게 KTX울산역과 도심간 연결 문제는 어느새 ‘당연한 불편함’으로 익숙해졌다.

KTX를 이용하기 위해선 1만원 이상 택시비를 지불해야 한다. 승용차를 가져간다면 주차도 쉽지 않다. 리무진버스를 이용한다면 30분이상 소요되는데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막차 KTX를 이용할 경우 버스 운행 시간이 종료돼 대중교통 연결편이 사라진다.

이에 울산시는 2025년 완전 개통을 앞둔 준고속열차 KTX-이음(청량리역~부산 부전역)의 정차역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남구 태화강역, 북구 북울산역, 울주군 남창역이 정차역 후보다. 그런데 윤 대통령 발언에 이어 총선까지 겹치자, 정차역 유치가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다.

후보자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갈대 표심 붙잡기에 혈안이 됐고, KTX-이음 유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공약이 때론 유권자의 욕심과 이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표심은 좀 더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하지만 갈대 표심에 편승한 공약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지역 균형 개발, 인구 감소 대비와 같은 울산 전체 발전을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담긴 공약인지, 믿을 만한 약속인지 유권자들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만약 도심에 준고속열차 KTX-이음이 들어서게 된다면 현재 KTX울산역이 위치한 울산 서부권 개발이 지속될 수 있을까.

현재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롯데는 사업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개발 계획 재수립 의사를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 이 일대에 건립된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센터 인근 호텔부지는 수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동주택 건립을 위해 대형 건설사가 부지를 매입했지만, 착공·분양은 발도 못 떼고 있다.

지역 동서간 발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영남알프스 관광단지 조성 사업도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교통 체계가 무너진다면 이 사업들 역시 타격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울산의 미래를 책임질 굵직한 도시 개발 사업들이 선거철 표심 가르기용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역 안에서 구군별로 목소리 높여 다투기 보다는 울산시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중지를 모아 나가야 할 때다.

석현주 사회문화부 차장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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