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조선소에 걸었던 기대가 무너졌다
상태바
[발언대]조선소에 걸었던 기대가 무너졌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9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채윤 울산 동구의회 의원

울산 동구는 HD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조선이 미포만에 조선소를 건설한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조선업과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같이했다.

조선업이 호황기였던 초기에는 일자리를 찾아 사람이 모여들어 도시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인구가 증가하자 대규모 주거지가 형성되고 곳곳에 상권이 형성됐다. 현대중공업이 한마음회관, 서부구장, 현대예술관, 방어진체육공원, 현대스포츠클럽 등을 지어 삶의 질도 높아졌다. ‘지나가는 강아지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풍요로운 시절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2015년 무렵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기 때는 동구 전체가 휘청거렸다.

18만명을 넘어섰던 인구가 15만명도 위태로울 정도로 급감하면서 도시 전체가 활기를 잃었다. 호황기 6만2000여명에 달했던 조선업 노동자가 조선업 불황으로 2만6000여명으로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 2022년에는 산업연구원의 국내 228개 시·군·구 인구 변화 조사 결과 울산 5개 구·군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 우려지역으로 분류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조선업 호황기가 다시 찾아왔다. 주민들은 과거처럼 조선소가 동구의 인구를 증가시켜 지역에 활기를 되찾아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재로서는 그 기대가 무너졌다. 선박 수주 물량이 증가함에도 국내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자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기 때문이다.

동구의 외국인 수는 2021년 2953명에서 올해 2월 7749명까지 급속도로 증가했는데, 표면적으로는 동구의 총인구가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외국인을 제외한 주민등록 인구를 살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2023년 5월 15만846명으로 15만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던 동구의 인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로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매월 200~700여 명의 인구가 늘어나며 15만2523명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는 매월 60~300여명이 다시 빠져나가기 시작해 2월 현재 15만1796명을 기록 중이다. 올해도 외국인 노동자가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라 내국인 감소가 계속된다면 다문화 도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 사회로 보는데 현재 동구는 4.8%다. 동구의 조선소들은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지금의 상황을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 이 상황이 길어지면 인력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표적인 산업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을 이미 장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건설업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건설근로자 고용복지사업연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건설 노동자 155만여명 중 외국 인력은 12.4%(9만3000여명)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비율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장악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알루미늄 폼 작업, 철근 조립 등 노동강도가 센 핵심 공정들을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숙련자였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세월이 흘러 이제는 외국 인력 팀을 운영하는 수준까지 이르렀고, 이들이 없으면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동구 경제에서 조선업체들이 가진 힘은 주민들의 삶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하다. 당연히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 책임은 삶의 터전을 조선소 부지로 기꺼이 내어주며 동반자가 된 동구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과거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가정을 꾸리고 그 2세들이 동구의 구성원이 되는,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들로 조선소를 채워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하청노동자의 임금체계 불균형 해소 등 조선소가 청년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동구 지역의 목소리를 조선소들이 적극 수용하길 바란다.

임채윤 울산 동구의회 의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