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애인복지는 장애인식 개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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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애인복지는 장애인식 개선부터
  • 경상일보
  • 승인 2024.04.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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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규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장

4월20일은 매년 돌아오는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로 44회를 맞는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의 법정 기념일이다.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4월이 1년 중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어서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4월20일 ‘재활의 날’을 이어, 1981년부터 나라에서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지금까지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매년 그 해의 장애인복지 현주소를 점검해 보고 1년 중 하루만이라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뜻깊은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의 날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권리와 가치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고 장애인의 차별과 장벽의 문제를 고민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통합의 길을 찾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시작된 조직적인 장애계 운동으로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장애인복지 발전의 역사를 만들어 냈으며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권익증진의 큰 진전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의 삶은 교육과 경제, 의료, 문화, 생활환경 등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비장애인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장애인의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이 19%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인구 수급률 3.6%의 5배 이상 높은 수치이며, 건축물의 약 90%는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만성질환 유병률 역시 비장애인에 비해 1.7배가 높고 건강관리를 위한 건강검진 수검률은 비장애인보다 10% 정도 낮게 나타나 제대로 된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의 자살률이 전체 인구 자살률보다 2.2배나 높은 가슴 아픈 현실도 되풀이되고 있는 등 장애인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한 수많은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현 정부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체감도를 대폭 높인 ‘약자복지 2.0’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으며,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해 발달장애인 예산 확대 및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 자립과 정착 지원체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비롯해 모든 정책과 제도들을 하루아침에 개선하거나 수정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가장 긴급한 문제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장애인복지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토대를 만들어, 장애인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

몇 년 전 필자가 일본의 한 복지기관을 견학하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에 일본에서는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고 ‘몸이 불편한 분’으로 표현한다고 하여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 자주 쓰이는 장애 인식개선 교육 동영상 중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본의 한 휠체어 탄 장애인이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일사불란한 조치들이 단순히 규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기 보다 장애인을 우리의 또 다른 이웃인 ‘몸이 조금 불편함이 있는 분’으로 편견 없이 인식하고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해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서비스인데 영상을 볼 때마다 감동을 받는 건 그들도 평범한 이웃으로서 늘 내 곁에 존재하고 있건만 특별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장애인복지의 출발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장애인의 약 90%가 질병과 사고 등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을 생각할 때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면서 배려를 넘어 권리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장애 인식개선 교육은 필자가 대표로 있는 장애인총연합회 외 여러 장애 관련 단체와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와 신청으로 기성세대는 물론 미래를 짊어지고 갈 다음세대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주변의 장애인을 함께 가야 할 친구로, 동료로, 이웃으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모든 장애인의 희망이 되며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서로를 감싸는 울산과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오인규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장

※외부원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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