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 (56)]총선후 되짚어본 대통령의 자질과 개선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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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 (56)]총선후 되짚어본 대통령의 자질과 개선방향
  • 경상일보
  • 승인 2024.04.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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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2024년 4월10일 우리는 국회의원 300명 전부를 선출하는 선거를 치렀다. 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심판이라는 성격을 띤 투표 결과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평가는 냉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선거참패(Stinging Election Defeat)로 인해 한국의 지도자가 기로에 섰다’는 제목을 뽑고 윤 대통령은 야당과 협상을 하지 않는 한 레임덕(a lame duck)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참패에서 stinging은 벌이 쏘는 듯한 통증을 가져온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통렬한 반성과 사과 없이, 대국민 담화도 아닌 국무회의 모두발언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태도에 국민들은 또 한 번 화가 났다. 발언 직후에 실시된 국정지지도 조사에서 무려 10%p 이상 급락했다. 속을 삭이며 참고 있던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에 놀란 대통령실은 야당 대표에게 한번 만나자는 전화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 상황은 나라가 안이하게 대처할 수 없는 절벽 끝에 서있는 형국이다. 정권의 실패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발전의 실패로 이어지므로 경각심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국정 운영에 대통령의 성품과 자질이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은 부단히 자기수양과 지식습득에 힘써야 한다. 조선시대에 왕세자 교육은 ‘선 인성교육, 후 지식교육’을 철저히 했다. 왕이 된 후에도 경연(經筵)과 경연관이라는 제도를 통해 지식을 연마하고 신하들과 국정을 논했다. 지금의 국무회의에 해당한다. 반드시 해야 할 책무였다.

저자 김태완은 <경연, 왕의 공부>에서 조선 군주의 경연과 정치적 성패가 정비례했다고 주장한다. 유교문화가 찬란하게 꽃핀 세종과 성종 시대에는 경연이 활발했으나, 나라에 칼과 피바람이 몰아쳤던 세조와 연산군 시대에는 경연을 가장 등한시했다고 한다. 선조는 경연에 건성으로 임했고 결국 임진왜란을 겪으며 나라를 파국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특히 연산군은 음주와 방탕에 빠져 경연을 등한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왕권 시절에도 최고권력자의 잘못을 질책할 사간원이라는 기관이 있었다는 사실은 조선 통치체계가 나름 건강했음을 보여준다.

“아니, 눈병이 나셨다며 경연 빼먹으신 분이 왜 연회에는 나가서 즐기십니까?” 요즘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직언과 고언을 하는 참모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최고지도자가 솔선수범해야 간신이 줄어들고 장-차관들은 맡은바 부처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래야 민생이 해결되고 물가가 안정된다.

이제라도 대통령실이 나아가야 할 개선방향에 대해서 이미 2년 전 ‘동아시아 연구원’(비영리-민간 싱크탱크)에서 제시한 해법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22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에서 3가지 성공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권력을 나누어야 성공한다. 차기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실에 집중된 권력을 내각과 여당, 국회에 적절히 분산-배분해야 한다. 둘째,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야 성공한다. 야당과의 협치로 화합과 공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셋째, 전문성과 실행능력을 갖추어야 성공한다. 대중과의 일회성 소통과 이벤트보다 정책 추진능력이 중요하다.

<청와대 정부를 혁파하라>(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에선 지금의 대통령실은 실행조직이 아니라 참모조직으로 활용하라고 권고한다. 나라살림을 책임진 국무회의가 수석보좌관회의보다 우위를 회복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통령실이 인사와 업무에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면 관료조직은 부서 장관보다 대통령실 비서관의 눈치를 먼저 보게 된다. 이리되면 주요 업무는 마비되고 여차하면 비선조직이 발호한다.

제시된 해법을 계속 무시한다면 민주사회에서 그 정권은 존재 자체가 곧 위험질 것이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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