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의 셧다운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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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의 셧다운은 안된다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4.05.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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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민 사회문화부 기자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했다. 이후 의대생들도 휴학계를 제출하는 등 집단 휴학에 동참했고, ‘후배’와 ‘제자’ 지키기에 나선 의대 교수들은 학교측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료계에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비교적 저임금을 받고 병원 운영의 핵심 활동을 담당하던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발생한 적자로 울산대학교병원은 지난 3월13일부터 △인원 동결 △휴가 사용 촉진 △연장 근로 제한 △올해 확정예산 10% 감축 조정 △36병동(정형외과·재활의학과)·71병동(심장혈관흉부외과·안과·성형외과) 통·폐합 등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이 때문에 경증환자는 응급실 이용이 어려워졌고, 병상 가동률 및 수술도 평시 대비 50%까지 감소했다.

전공의가 없는 당직 등 근무 자리에 교수들이나 PA간호사 등이 투입되면서 기존 업무에 더해 업무 과중이 심화되고 있다. 울산대병원 노조 역시 증가된 업무 등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본보가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전공의 이탈 두 달째를 넘어선 현재까지도 기자는 자주 울산대병원을 방문해 차가운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최근 만났던 한 교수는 “힘든 상황이다. 많은 의료진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많은 시민들이 의대 증원을 지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과학적 근거 없는 일방적인 의대 증원 방식에 공감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로 누적 완화 등을 이유로 울산대학교병원을 비롯한 울산의대 3개 병원(울산대학교병원·서울아산병원·강릉아산병원) 의료진은 지난 3일 의료 중단, 이른바 ‘셧다운’을 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먼저 교수진 휴진을 시작했지만, 큰 파행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많이 나왔다. 기자는 내심 울산대학교병원에서도 ‘의료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기자는 이날 오전 울산대병원에 갈 때만 하더라도 닫혀 있는 원무과, 소등된 진료실 등을 걱정했다. 다행히도 이날 방문한 병원은 평시와 같은 진료가 진행됐다. 대부분 환자들은 자신들을 위해 진료에 나선 교수진과 병원 측에 감사를 표했다.

자칫 의료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지만 울산 의료 현장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0일 전국 대학병원의 셧다운을 예고했다. 힘들겠지만 그날도 울산대병원이 정상 운영됐으면 한다. 환자를 생각하는 교수진들의 마음과 노고에 머리를 숙인다. 오상민 사회문화부 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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