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신
미역국 대신 눈물의 죽을 끓인다
병석에 누워 맞는 아흔여덟 번째 생신
아득한 먼길
엄마의 빈자리 슬퍼하지 말라고
마지막 이별 준비인가
한평생 잃어버린 세상살이
땀방울에 젖어 힘들어도
온통 자식 위한 삶의 여정
관심조차 없는 그 잘난 자식들
엄마는 잊혀진 줄 알면서도
묵은 그리움으로 가슴만 적시네
그 옛날 분 향기 뿜어 주시던 고운 어머니
기저귀 갈아 드릴 때마다 민망해하며
제 한 몸 가눌 수 없는 슬픔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신다
두 눈 꼭 감은 채 물 한 모금마저 힘들어하는 어머니
얘야 내 사진은 있니
삶을 내려놓는 가파른 숨소리
내 가슴을 후벼파네
온 거리가 꽃비가 내려
불어오는 꽃바람 꽃길 걸으시며
어머니의 흔적
고향으로 가셨습니다
다시금 꽃이 피고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보고 싶은 어머니
가슴이 아리고 시리도록
그립습니다”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성희(67·사진) 시인의 시 ‘어머니’가 5월 월간 <한맥문학>에 실려 눈길을 모은다. 정 시인의 시 ‘어머니’는 3년전 96세의 일기로 별세한 정씨의 모친을 생각하며 지었다.
정 시인은 “10년 넘게 투병생활을 하신 어머니를 모셨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담담히 글을 썼다”며 “가정의 달, 또 어버이날을 맞아 모든 분들이 제 시를 읽고 부모님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2022년 2월 60대 중반 나이에 월간 한맥문학에 ‘그리움’이라는 시로 등단했다. 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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