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해경의 방제13호는 국내 최초로 LNG·디젤 연료를 복합 사용하는 1000t급 하이브리드형 방제함이다. 최대 속력 13노트(시속 26㎞)로 최대 1200해리(2222㎞)까지 연속 운항이 가능한 것은 물론, 기존 함정보다 대기 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방제함이다.
이 최신 친환경 방제함은 34년차 베테랑 해양경찰 안경환(경감) 함장이 맡고 있다. 안 함장은 어릴 적 바다를 향한 동경으로 부산 해양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해군 시절을 거쳐 24살 젊은 나이에 해양경찰이 됐다.
정신없이 바다를 누비다 보니 ‘여수 엑스포’ ‘세월호 사고’는 물론 ‘염포부두 폭발 사고’까지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안 함장은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로 2012년 여수 엑스포 당시 경비계장으로 근무했던 때를 꼽았다. 그는 “객지 생활 중 경비계장을 맡게 돼 해상 경계 프로젝트 등을 관리하며 기간 중 대부분을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며 “행사가 끝나는 날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에서 지내며 바쁘게 생활했던 당시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21년 염포부두 폭발 사고 때도 그는 사고 현장 최일선에 있었다.
안 함장은 “당시 큰 폭발이 한번 터진 이후 계속 작은 폭발들이 잇따르며 접근 자체가 어려워 작업이 길어지게 됐다”며 “시간이 흐르며 이어진 폭발로 원유부이 호스가 터져 오염이 심각해졌고, 사용하던 부두도 대부분 녹아 뿌연 연기가 현장을 뒤덮었다. 접근할 수 있는 지역까지 다가가 소화포를 쏘고 내알콜포를 던져봤지만 워낙 규모가 큰 오염이라 정화는커녕 소화에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0년 전 세월호 사고 때 그는 진도 앞바다에 있었다. 당시 부산에서 100t 함선의 함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안 함장은 교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의 출동 명령을 받게 됐다. 그는 “꼬박 10시간을 달려 도착한 바다에는 이미 해가 진 뒤라 늦었음을 직감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근처 수습을 이어갔다”며 “워낙 급박했던 상황이라 전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안 함장은 지난 34년간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전국 곳곳을 다녔다. 지역도 보직도 일정하지 않은 직업의 특성상 익숙해질 법 하면 타 지역으로 발령 받고, 보직이 바뀌며 늘 긴장 속에 지내야만 했다.
해양 환경은 특히 기후나 외부 요인에 따라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므로 매 순간 세심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한데 보직이 계속 변하다 보니 적응할 시간이 없어 늘 바빴다고 했다. 긴장 속에 사느라 경사 시절 수차례 사직을 생각했지만, 마침 결혼해 가족이 된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시간을 버텨냈다.
한 번 출정하면 큰 함정의 경우 일주일에서 2주가 걸리기도 해 한 달에 열흘 밖에 가족을 만나지 못했던 날도 많았다. 때문에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던 적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안 함장은 “아이들은 또 아이들대로 늘 전학을 다녀야 했기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에 남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성장한 이후 돌아보니 그렇게라도 바람도 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했던 것이 오히려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웃었다.
퇴직을 3년 앞둔 안 함장은 “최근 사고가 많이 줄긴 했지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바다로 나설 것”이라며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해양경찰에서 남은 임기도 즐겁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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