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 시행 첫날인 20일. 신분증을 갖지 않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잇따랐다.
이날 중구와 남구 5개 병·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문의하자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안내가 나왔다.
신분증이 없다고 답변하자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모바일 건강보험증 이용을 유도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비급여 검사 등 항목에 따라 매번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어 큰 혼란이 없었지만 대부분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혼란이 이어졌다.
중구의 한 의원에서는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은 환자가 많았다. 안내데스크 앞에서 환자들이 한참을 서성이거나 대기 의자에 앉아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이용하기 위해 인증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김진선(60·중구 태화동)씨는 “지난주 치료를 위해 병원에 왔을 때만 해도 별도로 안내받지 못했다”며 “제도가 바뀌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게 오늘인 줄은 몰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 환자는 모바일을 활용한 인증 체제에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병원 여러 곳에서는 신분증을 챙겨오지 않은 고령 환자들이 “할 줄 모른다”며 발길을 돌리거나 진료 예약을 다시 잡고 나갔다.
병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동네 병원은 대부분 환자들이 예전에 다녀간 기록이 있어 신분증 없이 방문한다”며 “오늘만 해도 10명 중 7명은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아 정착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본인 확인 의무가 생기면서 병원의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본인 확인이 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하면 진료를 거부하거나 핀잔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QR로 확인되는 탓에 위조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만약 QR 건강보험증을 위조한 환자가 적발되는 경우 병원도 과태료 등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병원의 피해도 우려된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본인 명의의 휴대폰에만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설치되도록 기술적 보완을 검토 중”이라며 “도용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증서 발급이 잦은 경우 등을 확인해 의심 사례를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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