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민 석모(49)씨는 최근 북한이탈주민을 주축으로 한 봉사단체를 설립했다. 정착한 한국 사회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20여년 전 탈북한 석씨는 다사다난한 세월을 보냈다. 모든 친지를 북한에 남겨두고 떠나왔기에 어떠한 혈연·지연·학연도 없이 홀로 아들들과 버텨야 했다.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중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만난 최해상 울산지역회의 부의장과의 인연과 민주평통 멘토링 사업은 성공적인 정착의 동력이 됐다. 아이들의 학업, 돌잔치 등 경조사 문제는 물론 법률 문제와 취직 문제까지 도움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둘째가 어려서부터 선망해 온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첫째 역시 강원도 양구 21사단에서 만기 제대 후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하는 중이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민주평통 멘토링 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따뜻하게 이웃사촌으로 포용하고 성공적인 국내 생활 정착에 실질적 도움과 봉사를 제공하고자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북한이탈주민이 각각 멘토와 멘티로 동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멘토 역할의 민주평통 위원들은 멘티인 탈북민들의 정착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멘토의 관심이 북한이탈주민에게 응원으로 느껴지고, 버팀목이 되는 등 이탈이 아닌 한국 사회로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성공적으로 사회에 정착한 이들은 물심양면으로 도움받은 것을 기억하고 양육원 봉사 등 지역 사회에 환원하기도 한다.
울산에 거주하는 450여명의 북한이탈주민 사이에서 대부로 여겨지는 최 부의장은 멘토링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북한이탈주민들을 개인적으로 도와 왔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지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날 경우 가장 먼저 조문하고, 법률 문제와 취업 문제를 걱정하고 도왔다. 이제는 울산 거주 북한이탈주민들이 무슨 일이 있으면 최 부의장을 먼저 찾고 있다.
탈북민에 대해 “먼저 온 통일”이라고 표현한 석모씨는 “누가 옆에서 이야기 들어주고 도와주는 것 자체로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 정권처럼 북한에 무작정 퍼주기가 아닌 먼저 온 4만5000여명의 탈북민들이 정착에 어떤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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