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오후 7시30분 찾은 울산 중구 성남동 문화의거리에 위치한 극단 푸른가시 소극장. 대한민국연극제 공연을 한 달 앞두고 전우수 대표와 배우들이 실제 연극제 공연처럼 작품 ‘96m’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작가와 연출을 맡은 전우수 극단 푸른가시 대표의 지도 하에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자 배우들은 바로 극에 몰입했다.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배우의 역할은 다른 배우들이 맡아 연기했다.
여주인공 세령(구경영 분)과 딸 영민·미연의 분주한 아침 모습으로 연습이 시작됐다. 배우들은 연기 톤, 어투, 발성, 동선 등을 맞추며 연습을 이어갔다.
남주인공 중호(이현철 분)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전 대표는 “중호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개성 강한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부족하다. 성격이 아주 독특한 캐릭터로 연기해야한다”며 직접 시범을 보이며 조언했다.
또 딸 세령이 아버지의 일기장을 통해 과거 아버지와 어머니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된 후 태도 변화가 확실하게 느껴져야한다며 일기장을 알기 전에는 수용적인 느낌의 부드러운 어투로 바꿔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세령이 어투를 바꿔 처음 장면을 다시 연기하자 전 대표는 “이 버전이 더 낫다. 세령이 낮춰서 연기하면서 중호가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중호가 세령의 어머니인 진홍과 행복했던 과거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서로를 보지 말고 관람객을 보며 연기하라는 것과, 중호는 가만히 있고 진홍만 무대를 왔다갔다하며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또 이 장면에서는 진홍이 표준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어색한 표준어 연기에 배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중호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 진홍의 가족들과 만난 장면에서는 모화댁, 진혁, 진숙의 대본이 바뀌면서 다시 합을 맞춰갔다. 모화댁 역할을 맡은 노영하(여·75) 배우는 울산 연극계의 최고령자다.
이외에도 지난해 울산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전민수 배우는 이번에 경감(경찰) 역할로 합류했다. 중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인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명령한 악역답게 연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대학 교수, 시낭송가, 방송기자, 영어 강사, 축산업 종사자 등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배우들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 연습을 이어갔다. 이들은 ‘투잡’은 기본이고 3~4개의 직업을 가진 이도 있다.
전우수 극단 푸른가시 대표는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선보일 ‘96m’공연은 울산연극제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강했다. 주인공 중호가 부각될 수 있도록 스토리를 보강했으며 암전을 최소화했다”며 “대한민국연극제에 2년 연속 연달아 나가는 팀이 우리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울산 대표로 참여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6월27일부터 7월23일까지 열리는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에 울산 대표로 참가하는 극단 푸른가시는 6월29일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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