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찾은 울산의 대표 상권인 남구 삼산동 일대에는 ‘점포임대’ ‘상가임대’ ‘시물건협의 가능’ 등이 나붙은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4차선 도로를 끼고 음식점과 주점이 밀집한 상가를 지나 한 블록 뒤로 넘어가면 상황이 더 나빴다. 수년 전만 해도 자영업자들이 선호하는 1층 전면 점포보다는 2~3층의 점포들을 중심으로 공실이 늘어났다면 최근 들어서는 1층은 물론 대로변을 접한 중심 상권에서도 오랫동안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한 빈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와 원룸촌 등 주거단지와 인접한 상권은 유동인구가 많아 ‘불패 상권’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이 공식도 무너졌다.
특히 젊은 인구가 많은 남구 무거동 울산대학교 인근에는 대로변에도 한집 걸러 한집 빈 점포가 보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울산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8.9%를 기록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에도 3~4%대를 보이던 울산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7.4%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올들어 더 악화했다. 상권별로는 중구 성남옥교동이 11.5%, 동구 전하동이 7.1%로 조사됐다. 남구 삼산동도 공실률이 3.2%였다. 울산대 인근은 44.5%를 기록해 점포 10곳 중 절반 가까이가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상가의 상황은 더 나빴다. 올해 1분기 울산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8.9%다.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 시기를 버텼던 소상공인들이 금리 인상과 물가 급등에 따른 소비 위축을 견디지 못하고 줄폐업에 나서면서 더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울산지역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와 액수가 늘어나는 등 소상공인의 폐업도 최근 증가세다.
올해 1~4월 울산지역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건수는 10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8%(70건) 늘었다. 지급금액도 지난해 136억원에서 올해 147억원으로 8.0% 증가했다.
상권별로 빈 점포가 늘면서 일부 임대인들은 하루빨리 새 임차인을 찾기 위해 기존 시세 대비 80% 선으로 임대료를 낮춰서 내놓기도 하지만 고금리와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창업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탓에 이마저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한 소상공인은 “가게를 내놓은지 벌써 2년이 다돼 가지만, 최근에는 문의 조차 없다”면서 “계약기간이 5개월 남아있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권리금을 포기하고 내놓아도 점포가 나가질 않는다”면서 “상가 공실이 장기화하면서 매도인은 늘고 있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입지가 좋은 곳도 팔리질 않는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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