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기열 울산중소기업협회장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올해 안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로 ‘후세대 CEO 양성’을 꼽았다.
막 중소기업을 설립하고 사업을 확장 중인 미래 세대 사장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울산의 경우 대기업들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뚜렷이 드러나는 지역이라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선호가 낮다. 그런 와중에도 과감히 창업을 결심한 후배들에게 그는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최근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변 회장은 “2024년 현재 협회에 등록된 기업체는 약 250개 정도 된다. 그중 제조업 분야 기업들은 10~20%를 제외하면 인력 확보에 실패해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게 되면 숙박과 식사까지 지원해 줘야 하므로 내국인을 채용하는 것에 두 배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또 변 회장은 “울산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대기업에 의존해 운영되는 기업이 많다. 그 때문에 성장은 빠를 수 있지만, 심한 곳은 매출의 30% 이상이 타 기업의 상황에 영향을 받다보니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변 회장은 “때문에 국가가 미취업 청년에게 지원을 해주기보다는 중소기업 등에서 장기 근속한 청년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해 주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지원책보다는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지원책이 생긴다면 중소기업체 운영진과 종사자 모두가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변기열 울산중소기업협회장은 울산 북구에서 지역 내 중소기업들에 수입한 철강을 분배하는 일을 하다 어느덧 대표가 됐다. 의외로 한국해양대학교 출신에 해군 ROTC를 제대해 전직 항해사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사람 냄새가 나는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하던 바닷일을 내려놓고 지금의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1980년 초, 변 회장이 항해사 자리를 내려놓고 울산으로 들어왔을 때 당시 기업에 도매로 판매중인 철판은 오직 대량으로만 구입이 가능해 지역의 영세기업들이 사용하기엔 너무 크고 무거웠다.
큰 철판을 하나 사서 그들이 필요한 양만큼 재단해 소량으로 판매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1980년 당시 울산에선 이 같은 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울산 기업들은 부산 사상구까지 나가서야 겨우 그날 사용할 철판을 구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울산의 중소기업들은 늘 소외되거나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였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변 회장이 1983년 현재의 회사를 설립하고 이 일을 전담하기로 자처한 이후 울산 중소기업들은 비로소 안정적인 철강 공급책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세월을 회고하며 그는 남은 임기 중 중소기업계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는 스피커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일평생 중소기업체들을 고객으로 삼고 기업을 운영하며 누구보다 중소기업계의 사정을 잘 안다 자부하는 그는 미디어 매체에 비치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이미지가 사실 왜곡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변 회장은 “사장이면서 노동자인 울산 중소기업 대표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2024년 새 임기에 또 한번 연임하게 된 만큼 책임감을 갖고 울산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스피커가 되겠다”고 말했다.
글=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