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는다는 단오(端午)였다. 이날 울산에서는 오전부터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차창을 닫고 자동차 에어컨을 켠 사람들이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왔다며 아우성이다. 옛날 같으면 단오에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부채였건만 이제는 ‘손풍기’가 대세다. 여성들은 핸드백에 손풍기 하나쯤은 꼭 들어 있다.
그러나 손풍기는 그 기능성에 있어서 옛날의 부채를 능가할지 몰라도 그 ‘멋스러움’은 비할 바가 아니다. 부채는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킨다는 ‘부’자와 가는 대나무라는 뜻의 ‘채’가 어우러진 말이다. 박갑수 교수가 펴낸 책 <우리말 우리 문화>에 따르면 부채는 ‘부치다’의 고어 ‘부츠다’의 어간 ‘부츠(扇)’에 접사 ‘애’가 결합된 말로 설명돼 있다. 한자로는 선(扇)이라고 표기한다. ‘깃 우(羽)’가 쓰인 것으로 미뤄 종이를 발명하기 전에는 깃털 같은 것으로 부채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속담에 ‘단오 선물은 부채요, 동지 선물은 책력(冊曆)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채는 요긴한 물품이었다.
부채는 크게 방구부채와 접부채로 나눌 수 있다. 주로 부녀자들이 사용했던 단선(團扇)은 우리말로 둥글다는 의미에서 ‘방구부채’라 불렀다. 접부채(쥘부채)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부챗살에 종이를 붙여 만든 것을 말하며, 한자로는 접선(摺扇)이라고 한다.

삼국지의 제갈량은 아내가 준 학우선(鶴羽扇)을 항상 들고 다녔다고 한다. 아내는 부채를 주면서 “큰 일을 도모하려면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며 당황스러운 일을 겪게되면 부채로 얼굴을 가리라고 당부했다. 부채에 그림을 그린 것을 화선(畵扇), 글씨를 쓴 것은 서선(書扇)이라 부르는데, 시(詩)·서(書)·화(畵)가 생활속에 융합된 최고 경지의 예술을 보여준다.
한겨울에 부채를 준다고 이상타 생각말게(莫怪隆冬贈扇枝)/ 너 지금 어리니 어찌 알리요(爾今年少豈能知)/ 임그려 밤새 타는 가슴의 불길은(相思半夜胸生火)/ 6월의 복더위보다 더하단다(獨勝炎蒸六月時)
이 시는 백호 임제가 평양 기생 월선에게 부채를 선물하며 지은 ‘흉생화(胸生火)’란 시다. 이 기생은 평생토록 임제를 그리며 항상 그 부채를 품에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6월 폭염에 어린 기생의 마음이 짠하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