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3)]정원, 마음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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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가의 정원이야기(3)]정원, 마음의 안식처
  • 경상일보
  • 승인 2020.03.1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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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가 쌈지조경설계사무소장 울산조경협회 상임이사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 작가와 화가로 유명한 이 두 예술가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정원을 직접 가꾸고 예술의 영감을 얻으며 누구보다도 정원을 사랑했다는 사실이다.

헤세는 작가이자 화가이며 포도 농사를 지었던 원예가이기도 했다.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꼭 정원을 만들고 가꾸었다. 그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망명 생활을 하면서도 당시의 문학 흐름과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발표할 수 있었던 힘은, 모두 정원에서 이루어졌다고 고백한다. 헤세에게 정원은 대안적 삶을 실천하는 생활의 장이었다.

평소 자연을 가까이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면 자연을 그리워한다. 그중에서도 정원을 가꾸는 것은 특별하다. 내 손으로 직접 뭔가를 일군다는 것, 계절의 흐름에 따라 소멸하는 풀과 나무들을 가꾸고, 땀 흘려 꽃과 열매를 가꾸고 기다리는 것. 그런 정원이야말로 유리알 같은 인간의 마음이 유일하게 안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그는 말한다.

고흐 또한 청년 시절 영국 런던과 외곽지역에서 정원 조경 일을 도왔다. 그의 방대한 작품 중에는 정원과 공원 그림이 많다. 정원은 그가 꽃과 나무에 대한 사랑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평생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린 그는,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작업에 필수적인 정신적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을 깨달았다. 아를 병원에 회랑이 있는 정원과 생레미요양소의 정원은 평안과 안정을 주는 성소였다. 정원과 공원은 여러 가지 면으로 인위적으로 계획된 장소지만 나무, 꽃, 풀 같은 자연요소로 구성되어 있어 그에게는 자연의 언어를 탐구하기에 적당한 장소이기도 했다. ‘삶이 다른 데가 아닌 정원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슬프지 않다’는 그의 편지 속 글에서 정원이 그에게 정서적으로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듯 우울하고 혼란스러운 봄을 맞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 되어버린 요즘. 가까운 주변을 둘러보자. 새로 피어나는 신록과 꽃망울이 지치고 불안한 마음을 위로해 주리라. 정홍가 쌈지조경설계사무소장 울산조경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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