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보훈’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위하여 힘쓴 사람들의 공훈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호국’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누군가의 희생이었다면, ‘보훈’은 정부가 그들의 희생에 걸맞은 예우를 제공하고 국민들이 그들의 흔적을 오래오래 기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찬란한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과 6·25 전쟁, 연평해전 등 수많은 위기의 순간과 마주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조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으로 맞선 누군가의 거룩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국가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 높아진 국격에 맞춰 국가보훈부와 함께 지방정부는 보훈 대상자의 희생에 걸맞은 예우와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지원정책이 다른 경우가 있다보니 지원을 하고도 오히려 유공자들이 화를 내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는 곳에 따라 지원금액이 달라진다면 정당한 예우가 아니라 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 유공자와 유족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고 공정하게 예우받을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 5월, 울주군 보훈회관에서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6·25 전쟁 중 화랑무공훈장 서훈 대상자로 결정되었지만, 혼란한 전쟁 상황으로 인해 훈장을 받지 못한 유공자를 찾아 유족에게 훈장을 전수하는 행사였다. 안타깝게도 서훈 대상자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70년 전 아버지의 훈장을 전해 받은 환갑을 넘긴 아들의 얼굴에는 아버지의 흔적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예우해 준 나라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했다.
누군가는 국가가 고작 일개 개인의 흔적을 찾아준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는 엄연히 개인으로 이루어진 집합체다. 개개인이 모여 국가를 구성하며, 그 국가를 지키는 것도 결국은 국민 개인이다. 그러므로 국가를 지켜준 국민의 희생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그 흔적을 찾아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울주군도 지역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년 9개의 보훈단체에 대해 위령제와 추념식, 위안행사 및 현충원 참배 등을 지원 중이며, 유공자에 대한 명예수당과 사망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에만 집중한 나머지,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거나 유공자의 흔적을 찾고 기억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사이에도 세대 차이를 느낄 만큼 시시각각 바뀌는 현대사회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모두가 알아야 하는 것보다 내가 알고 싶은 것에 더 관심을 가지며 살아간다. 또 우리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특히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고통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잊혀진다는 것은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울주군은 유공자와 그 가족들의 희생을 누구나 쉽게 접하고 공감하면서 기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고령인 6·25참전 유공자를 대상으로 사진첩을 제작하고 전시회를 개최하여 사라져가는 그들의 흔적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에 대해 감사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나라를 위한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은 국가와 지역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바쁜 일상이지만 6월 한달 만큼은 호국보훈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온한 일상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유공자와 유족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며 감사할 수 있길 바란다.
주보령 울산 울주군 복지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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