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말기암·장애 부모 등 다섯식구 해나네, 이달말까지 집 비워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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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말기암·장애 부모 등 다섯식구 해나네, 이달말까지 집 비워야하는데…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06.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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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와 아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인 거실에는 이불이 항상 깔려있다.

해나(가명·11세)는 엄마, 아빠, 2명의 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해나 아빠는 디스크로 인한 추간판 장애가 있다. 무리한 근로는 어려워 자활근로 소득과 조건부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에 200만원 조금 넘는 소득으로 5인 가구가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기에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됐다.

지난해 4월 해나의 엄마가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으며, 전이로 인해 말기 판정을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주 3회 항암 치료를 받고 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가정에는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없어 병원을 이용할 때면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교통비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해나 엄마는 항암 치료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녀오는 것 외에는 집에서 주로 누워만 있다. 해나 아빠는 결국 지난해 말 자활근로를 중단하고 엄마의 간병과 아이들 양육을 책임지게 됐다. 현재 해나네는 엄마 간병 및 아동 양육을 사유로 아빠의 근로 중단에 따른 소득을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일반으로 전환해 보조받고 있으며, 한창 성장할 나이의 아이들 끼니는 지역 내 반찬 지원, 푸드뱅크 지원 등으로 챙기고 있다.

지금 주거지는 지난 2021년께 LH전세임대사업을 통해 마련한 곳으로, 보증금 3500만원의 전세로 생활하고 있다. 집은 거실, 거실과 이어진 주방, 욕실 겸 화장실, 작은 방 3개로 구성돼 있다.

안방은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가 사용하는데, 벽 쪽으로 설치된 옷걸이에 아이들 옷이 빼곡하게 걸려있고 아이들 짐도 가득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전부다. 다른 방 1개는 초등학생인 해나와 해나의 동생이 사용하는 공부방으로 오래된 책상 2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남은 방 1개는 가족들 짐이 가득 쌓여 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집은 웃풍이 심하고 여름엔 더워서 에어컨이 있는 거실에 아빠와 나머지 아이들이 함께 이불을 펴고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해나네가 3년 동안 살았던 집은 임대 기간이 만료, 새로운 집 주인이 퇴거를 요청해 더 이상의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6월 말까지는 집을 비워줘야 한다. 다행히 LH전세임대사업 자격은 유지돼 1억원 한도 내에서 집을 알아볼 수 있다.

해나네는 엄마의 치료를 위해 병원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알아보고 있다. 아빠가 틈틈이 초등학생인 해나와 해나의 동생이 다닐 학교와 엄마의 병원을 고려해 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마땅한 주거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LH전세임대사업에 해당되는 주거지는 더더욱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현재 주거지의 보증금 본인부담금(전체 보증금의 5%) 175만원은 공과금 체납분으로 인해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6월 중으로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서 보증금 마련도 막막한 상황이라 해나 아빠는 혼자 속이 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티 없이 밝기만 하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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