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계획이나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 세부 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울산 중구에 위치한 한옥 체험 시설인 ‘어련당’의 기둥 글씨와 정원에 세워져 있는 기둥 글씨를 해석한 안내판(사진 맨 위) 모양을 보면 이 말이 더욱 와 닿는다.
한옥 체험 시설에 어려운 한자로 기둥 글씨를 쓴 것도 적절하지 않은데, 이 글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일본의 관광지 사찰이나 고성에 설치된 일본풍의 안내판(위에서 두 번째 세 번째)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더 부적절해 보인다.
2021년 5월에 ‘한글 도시 선포식’을 가진 바 있는 울산 중구는 스스로 ‘한글도시’임을 알리고 있다. 중구에는 항일 의병의 정기가 서려 있는 병영성이 있고, 항일 애국지사 외솔 최현배 선생을 기리는 외솔 기념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어련당도 바로 가까이에 있다.
이런 곳에 어려운 한자 기둥 글씨와 일본풍 안내판이 있다는 것은 한글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하루빨리 한자 기둥 글씨는 아름다운 한글로, 안내판도 한국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반영해 새로 만들 것을 제안해 본다.
임규동 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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