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첫 공공병원 응급의료 보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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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첫 공공병원 응급의료 보강 절실
  • 최창환
  • 승인 2020.03.2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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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가야할 길은
(상) 공공병원 제로, 열악한 울산의료 수준

광역시 유일 국립병원 없어
코로나 사태로 필요성 절감
근로복지공단측 구상안엔
심뇌혈관·감염병 전담 등
공공적 기능 턱없이 부족
실시설계단계에 추가돼야


울산은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국립병원’이 없는 도시다. 국립병원의 부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더욱 뼈저린다. 대구처럼 감염병이 대유행한다면 행정기관 중심의 체계적인 의료대응 기대가 어려운게 울산의 현실이다. 16년만에 결실을 맺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산재재활과 공공의료 분야에서 지역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으로 건립되길 시민들은 바란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단순히 병상 규모만 늘린 지방종합병원급 정도로 치부돼 건립되어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본보는 울산의 의료현실을 짚어보고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심층 진단한다.



◇신종코로나로 드러난 울산공공의료의 민낯

울산에는 22일 기준으로 총 36명의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6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에 비하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강한 전염력에 대유행 징조는 여전하다. 암울하지만, 대구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울산의 의료능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울산은 중증(노인·기저질환 포함)의 확진자 치료가 가능한 음압병상이 울산대병원 29개와 동강병원 27개 등 56개 뿐이다. 울산시가 시립노인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해 104개 음압병실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열악한 의료진과 시설 탓에 경증환자에게만 작동되고 있다. 의사는 갓 의대 본과를 졸업한 공중보건의 5명이 전부다. 울산대병원 교수에게 전화로 자문을 받아 처방전만 내주는 역할만 한다. 인공호흡기조차 없어 응급치료는 엄두도 못낸다. 확진자의 상태가 악화되면 울산대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사실상 병원으로 기능보다는 격리소 역할이 큰 셈이다. 이같은 한계 탓에 울산시가 대구 확진자 52명을 시립노인병원에 받겠다고 했지만, 대구에서 한명도 오지 않았다.



◇산재전문 공공병원 실시설계 착수

울산에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시급히 설치돼야 할 이유다. 기본계획상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303병상에 16개 진료과목, 직업병연구소와 재활보조기 연구소 등 2개 연구소가 들어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적정성 검토 과정에서 건축연면적이 당초 4만9800㎡에서 6만㎡으로 늘어나면서 500병상의 확장성을 확보한 상태다. 사업비는 2478억원(법인세 면제 포함)이다. 사업 주체는 근로복지공단(이하 근복)이고, 올해 착공해 2024년 연말이나 2025년 상반기 개원할 예정이다.

근복은 현재 산재전문 공공병원 기본 운영계획 등 실시설계에 들어간 상태다. 실시설계는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절차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중증의 산업재해 환자의 치료와 연구를 주로 하되, 공공의료기능을 첨가한 형태다. 공공의료기능이 약한 울산시는 응급의료, 심뇌혈관, 화상재활, 어린이재활 등 공공적 기능을 추가하려 한다. 무엇보다 응급의료와 심뇌혈관 등 급성기 분야에 중점을 둔다. 촌각을 다투는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병원 기능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공공병원 응급의료 기대치 미달

응급의료시설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시설·장비·인력기준에 따라 권역응급의료센터(보건복지부 지정), 지역응급의료센터(울산시 지정), 지역응급의료기관(울산시 지정), 응급시설(보건소 지정)로 구분된다. 산재전문 공공병원 기본계획에는 가장 하위급인 응급시설 수준으로 담겨있다.

울산시는 근복에 응급의료기관으로 확대를 건의하고 있다. 근복은 부정적 입장이면서도, 울산시가 설치와 운영비를 부담한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응급의료기관으로 확대해도 급성기 환자 치료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심뇌혈관 쪽은 아예 무방비다. 생사가 오가는 환자를 살릴 응급진료기능이 없는 셈이다. 산재전문병원에 실려온 뇌출혈 환자는 다시 울산대병원 등으로 옮겨야 해 그사이에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화상재활, 어린이재활 분야도 근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감염병 전담기관으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기본설계에서부터 음압병상 수나 응급의료시설 구도, 외래나 입원환자의 동선 등을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근복은 의지가 없어 시민이 바라는 공공병원과는 동떨어져 있다.

산재전문 공공병원 자문위원인 옥민수 울산대학교병원 교수는 “제일 우려되는 건 기능이 어정쩡한 응급의료시설을 여는 것”이라며 “현재 계획이 그대로 반영되면 심뇌혈관 등 급성기 응급치료는 엄두도 못낸다. 결국 반쪽짜리 응급의료시설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감염병 전담병원과 일반병원은 설계 자체가 다르다. 특히 중환자실의 경우 1인 1실 음압병상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논의를 해서 반영하지 않고 나중에 바꾸려면 상당히 많은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가변성은 있지만 근복이 그렇게 설계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울산지역 응급시설 현황
구분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기관 응급시설
의사 
기준
응급의학 전문의 5명 
소아응급전담의 1명
전담의사 4명 24시간 전담의사 2명(환자 연간 1만명 
이상 기준)
의사 1명
개수 울산대병원(1곳) 동강병원(1곳) 동천동강병원, 울산병원, 중앙병원, 좋은삼정병원, 울산시티병원, 서울산보람병원(6곳) 세민병원, 울산H병원, 굿모닝병원, 울산제일병원, 21세기 좋은병원(5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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