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우리나라의 식량안보와 기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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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우리나라의 식량안보와 기후 변화
  • 경상일보
  • 승인 2024.08.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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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지난주 말복이 지났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할 처서에도 계속 더울 모양새다. 지구는 더워지고 있고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되어가고 있다. 만약 이를 잡기 위해 인류 모두가 내일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중지한다 해도, 기후변화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인류가 발생시킨 열의 93%가 대양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온도 상승은 가장 강력한 온실 기체인 수증기의 함유 농도를 증가시킨다. 또한 해저의 메탄수화물의 녹는 온도(8℃)보다 높아지면 메탄이 지구 대기로 유입되어, 지구온난화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1300명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는 기후 관련 권위있는 기관이다. 이 기관에서 최근, 지구는 앞으로 100년 사이에 평균온도 상승이 최저 1.4℃에서 최대 5.5℃까지 이를 것이라고 보고했다. 결국, 기후위기는 우리 스스로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수출 1위 국가인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기후변화에 대비한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비상시를 대비한 물과 식량,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방파제 건설 계획(특히 뉴욕 맨해튼 저지대), 집을 지상에서 띄워 짓기, 심지어는 국가 농업 중심지역을 보다 시원한 북부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계획까지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다. 식량 자급률은 46%에 지나지 않는다.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 수준이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세계 많은 국가들이 식량 안보를 강화하려는 행보도 빨라지고 있으며, 곡물 수출국들은 곡물 수출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국민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50년 세계 인구를 97억 내지 100억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는 식량 안보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관개산업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기후 조건, 땅의 특질, 증발 속도, 식물에 필요한 물의 양 등과 이에 따르는 자동화시스템, 모든 것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사막에서의 관개사업을 성공시킨 대표적인 국가이다. 이스라엘의 전 대통령은 ‘농업의 95%는 과학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우리에게 종자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연간 약 100조원 규모이다. 종자 값은 종류에 따라 금값보다 비싼 것도 있다. 밥상에 자주 올라오는 청양 고추는 원래 우리가 개발한 종자인데, 지금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 않다. 로열티를 다른 나라에 지불하며 먹고 있는 것이다. 귤, 포도, 사과, 배, 양파까지 외국에 종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종자 독립조차 못한 나라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바이오 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유전자 가위 활용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과거 전통적 육종 방식이 아닌 바이오 유전자 기술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종자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안다.

OECD 국가 중 단위 면적 당 농약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스마트 농업(스마트팜)은 ICT와 결합한 농업으로, 여기서는 불필요한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첨단 식물공장인 스마트팜은 건축비와 운영비의 부담이 꽤 크지만 기후변화를 극복할 매우 좋은 농법이다.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은 네덜란드이다. 우리처럼 작은 땅을 가진 네덜란드는 인공지능을 농업에 접목시킨 농업 선진국이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종자개발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농업에 접목시키는 기술 개발과 모든 농부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농업플랫폼 보급에 더 많은 국가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우리 아이들과 국가 미래를 위한 정책과 지원을 더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국가 미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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