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소나무재선충 위기에서 기회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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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칼럼]소나무재선충 위기에서 기회를 찾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8.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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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윤 울산생명의숲 공동대표

여름의 숲은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있지만, 자세히 보면 붉게 죽어가는 소나무들이 눈에 띈다. 이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소나무, 잣나무, 곰솔 등 여러 침엽수에 치명적이다. 이 병은 주로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통해 전파되며, 나무의 물관을 막아 빠르게 고사시킨다. 현재까지 방제를 위해 많은 노력이 기울여졌지만, 효과적인 방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포항과 경주, 울산 등지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포항의 경우 감염 면적이 약 2만5000ha에 이르고, 경주는 약 7000~8000ha에 달한다. 이 지역들은 통제 불능 상태에 접어들고 있으며, 울산도 비슷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울산 울주군은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예비비 70억 원을 포함해 총 142억 원의 방제 예산을 지출했으나,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대응을 위해 수종 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나무 숲을 베어내고 다른 종의 나무를 심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숲을 조성하는 방향이다.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매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나무숲의 효용과 유지 비용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소나무를 전면적으로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자연스러운 천이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소나무를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피해 지역에는 이미 죽은 나무들이 많아 벌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나무들을 열병합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하거나 부가가치가 낮은 상품으로 가공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소나무 안에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은 치명적이다. 대신, 소나무를 목재로 가공해 건물과 가구를 만들어 탄소를 고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산 목재의 자급률은 15% 안팎에 불과하며, 대부분 바이오매스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소나무를 베어내는 과정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을 활용해 건물을 짓는 것은 이상적인 방법이다.

현대 목조건축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환경친화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영국 런던의 오크우드 타워, 캐나다 밴쿠버의 테라스 하우스 등 혁신적인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주의 한그린 목조관, 수원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 등 현대적인 고층 목조건축물이 완성된 사례가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을 목재로 사용하는 데는 재료공학적 문제가 거의 없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의 껍질 아래 물관에 분포하므로, 껍질을 벗기고 열처리하면 반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임업진흥원의 소나무재선충병모니터링본부와 같은 전문가 그룹과의 협업, 공간분석, 제재소 운영, 목재 가공 및 건축 과정 등이 필요하다.

울산과 울주군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와 목재 활용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울주군은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순위에서 43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심각하고 피해 면적도 넓다. 지자체와 민간 영역의 전문성, 인구와 예산도 충분하다. 임상섭 신임 산림청장은 산림재난방지법 제정을 통해 산림병해충 피해의 통합적 관리를 공언했으며, 울산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현장이자 실마리를 가진 곳이다.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싸움은 어려운 과제지만, 이를 통해 지역 임업의 가치사슬을 만들고,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숲을 조성할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얻은 경험과 구조, 사람들은 다음 문제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임있는 자세다.

장병윤 울산생명의숲 공동대표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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