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국제정원박람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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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 국제정원박람회의 의미
  • 경상일보
  • 승인 2024.09.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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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 도시계획기술사

‘정원’은 인간이 자연과 유사하게 조성해 심리적으로 여유를 느끼고 아름답게 가꾸는 집안의 뜰이나 꽃밭을 말하며, 인위적이나 생태적으로 조성한 자연환경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오래전 정원을 만들기 시작한 때부터 시대나 지역에 따라 정원을 만드는 구성방식이나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나, 나무와 꽃, 돌 등의 자연물과 인공조형물을 집안에 조화롭게 배치해 심미적으로 아름답고 편안하게 하는 야외공간의 기능은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사적인 공간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정원이 ‘정원도시’로 의미를 확장하면서 공공이 함께 즐기고 가꾸는 공유의 공간이 된 것이다. 이는 주택유형의 변화로 사적공간에 개개인 모두가 정원을 가지지 못하게 된 도시여건과 건축물과 구조물의 밀도가 높은 도시속에서도 여전히 여유로운 야외공간에 대한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 여겨진다. 토지를 개발할 때 용도에 따라 공원과 녹지 등 녹색공간을 함께 조성하도록 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정원에 관심이 있는 것은 일상생활 속 가까이에서 누리고 함께 조성하는 녹색공간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적공간으로 생각되던 정원이 도시속 함께 공유하는 공간으로 기능이 바뀜에 따라 정원 조성 방향과 구성 내용을 함께 생각하고, 정원을 조성·관리·이용하는 주체가 확대되면서 국제정원박람회의 유치노력이 시작되었다.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려는 첫째 의미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적극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작은 골목길과 담장 등에 꽃밭이라는 이름으로 조성한 작은 공간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으며, 자연환경에 대한 욕구가 누구에게나 있어 정원도시라 불리기 전부터 우리는 작은 공간을 아름다운 녹색환경으로 가꾸는 노력을 해왔다. 사유지내의 정원에서 확장해 동네정원, 가로정원, 도시정원으로 확대되었으며, 정원의 위치에 따라 학교정원, 옥상정원, 벽면정원, 농장정원, 마을정원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조성되고 있다. 다양한 정원을 만들고 가꾸어 수목이 정착하고 인공물과 조화롭게 되기까지는 여러날이 필요하며, 정원은 일정시간 조성하면 완성되는 공간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가꾸어야 하는 공간이다.

개인소유의 정원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환경에서 공동체가 공동으로 큰 거점정원을 가지거나 정주생활 범위내에서 일상적으로 작은 정원을 만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함께 정원을 가꾸고, 정원의 가치를 공유하여야 하며, 이는 시민의 참여가 기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참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정원문화가 정립되고 정원문화는 다시 정원도시가 지속될 수 있는 근원이 된다.

또 다른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의 의미는 울산 도시 이미지의 제고이다. 울산은 산업성장기 큰 경제발전을 이루었으나, 사람과 환경에 대한 고려보다는 제조생산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어 환경오염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후 울산의 생태적 복원과 지속가능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업과 환경이 공존하는 도시모델이 정원도시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어 오염된 태화강의 생태적 복원 경험, 환경부하 업종 중심의 산업도시에서 탄소제로 사회를 향한 산업도시로의 전환, 자원 및 에너지순환체계 형성과 지속적인 녹지공간의 조성 등으로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제고해 산업성장의 후발도시에게 지속가능한 친환경 산업도시모델이 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유치 노력 중인 국제정원박람회은 생활권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녹지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가꾼 정원내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여가활동을 공유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울산이 공해도시에서 자연친화적인 생태도시로 거듭나고, 자연과 산업이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친환경도시의 위상을 확보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번 울산 국제정원박람회의 유치를 통해 단순한 녹색공간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언제 어디서나 휴식과 자연을 누리며 도시속 녹색 네트워크인 정원을 가꾸는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생활에 깊숙히 들어온 진정한 ‘정원도시 울산’을 기대한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 도시계획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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