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기생충과 신천지의 데칼코마니,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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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기생충과 신천지의 데칼코마니, 청년실업
  • 경상일보
  • 승인 2020.04.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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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불안 높이는 ‘실업문제’
현장서 인력 양성 美 제도 참고
다양한 인적개발 기회 확대해야
▲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최근 우리나라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생충과 신천지의 데칼코마니는 무엇일까?

주역에 견인견지(見仁見知)란 말이 있다. 같은 일을 인자(仁者)는 인(仁)이라 보고 지자(知者)는 지(知)라고 달리 본다는 의미이다. 기생충과 신천지 두 가지 이슈의 닮은 점을 필자의 관점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기생충’은 K-POP에 이어 한국의 문화적 자부심을 높이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생충이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양극화 문제 등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직인 아들은 가정교사로, 딸은 미술 강사로 학력과 신분을 속이고 취업을 한다. 우리는 청년실업이 학력과 신분을 속여서라도 취업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라고 서로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편, 코로나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신천지 사태는 청년실업 문제가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중 3월 중순까지 20대 비율이 대략 30% 내외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신천지 신자 중 20대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신천지에 쉽게 빠지는 것은 불안한 미래와 심리적 불안정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100번이 넘는 취업지원서를 내고도 면접시험 통보 한번 받지 못하는 청년들의 사례를 흔히 접한다. 실업 문제가 청년층의 불안을 높이는 가장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보인다. 기생충과 신천지의 데칼코마니는 바로 청년실업 문제라는 공통분모이며 이로 인한 개인과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최근 청년실업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저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감소, 고학력화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금년도 2월 현재 청년 실업률은 9%로 전체 실업률 4.1.%에 비해 두배 이상 높다. 특히 전체 실업자 가운데 25~29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도 현재 21.6%로 OECD 국가중 가장 높다. 청년실업 문제는 중장년층에 비해 그 심각성이 더 크다. 브랜찰드 등 경제학자들에 의하면 청년층이 적정연령에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직장경험을 통해 직무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고 낙담하여 취업의욕을 잃게 되어 평생실업에 처할 확률이 높다고 하며 이를 이력현상(hysteresis)이라고 한다. 청년실업 경험자는 경기회복 시에 일자리가 있더라도 새로운 더 젊은 층에게 밀리고 연령에 비해 낮은 직무역량은 불황기에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심화하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하여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청년취업지원금 등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그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격언에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기 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다. 일회성의 현금 지원보다는 직무역량 제고를 통하여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직업능력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력현상에 취약한 청년층에 보다 더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기업에서 청년을 도제로 채용하고 현장에서 인력을 양성하는 미국의 도제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관련 지원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부터 일학습병행 제도를 도입하여 학습근로자는 수료와 동시에 취업, 학력, 자격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다. 2014년에 3154명에 불과하였던 학습근로자가 2019년에는 9만1195명으로 확대되었다.

향후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등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이 평생실업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취업의욕을 유지하고 직무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인적자원개발 기회를 확대 제공하여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행복과 사회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청년들이 학력을 위조해 가정교사로 취업하려 하거나 낙담하여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 보다는 일학습병행, 청년인턴, 청년취업아카데미 등의 사업 참여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해 나아간다면 우리사회에서 보다 행복한 결말을 가지는 청춘영화를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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