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탈출구 안보이는 현대重 노사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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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탈출구 안보이는 현대重 노사관계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0.04.0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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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형석 사회부 차장

현대중공업 노사의 2019년 임금협상 교섭이 해를 넘기고도 4개월이 지났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5월2일 임금협상 상견례 이후 노사는 지금까지 총 50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양대 사업장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해 임단협을 상견례 97일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 한 것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교섭이 1년 가까이 되어가면서 노조는 교섭 난항을 이유로 지난달 20일에는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올해 첫 부분 파업을 벌였고, 최근에는 사측에 ‘해고 근로자를 복직시키면 법인분할(물적분할) 소송을 모두 취하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제안’까지 제시했으나, 사측이 거부하면서 노사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노조는 “앞으로 지부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밖에 없다”며 총파업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다. 코로나 시국으로 실제 총파업에 들어갈 지 여부는 미지수이나 강성 성향의 현 집행부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충분히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이처럼 악화 일로를 걷는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시민들과 지역사회의 근심은 깊어지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선업종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수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으며 대규모 구조조정 등 울산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쳤고, 최근 1~2년 새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서 코로나로 촉발된 경제위기에다 노사관계까지 악화될 경우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울산지역 경제는 또 다시 큰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걸까. 2019년 임협 교섭이 풀리지 않는 것은 임금과 성과금 등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회사 법인분할에 따른 노조의 반대 투쟁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폭력 사태로 해고된 뒤 이들을 구제(복직)하는 문제를 교섭에 포함시키면서다. 노조는 법인분할 반대 투쟁 과정에서 폭력사태로 해고된 조합원들을 복직시키기 위해 임협 교섭에 포함시켜 해결하고자 하고 있으나, 사측은 “해고자 복직은 타협 대상이 아니며, 별도의 TFT를 구성해서 처리하자”는 입장이어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임협이 해고자 복직문제에 발목이 잡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노조 내부에서는 사측은 물론 집행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실제 노조 게시판에는 “(해고자)4명을 위해 왜 1만명이 희생되어야 하느냐”며 집행부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고 집행부 입장에서는 해고자들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강성 성향의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기 전인 지난 2013년까지 19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 하며 한 때 가장 모범적인 노사관계 사업장의 표본이었으나 이제 이러한 수식어는 옛말이 됐다. 분사와 법인분할 등을 거치며 노사간의 불신과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있고, 향후 노사관계 전망도 불투명하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노사관계를 풀기 위해 노사대표와 울산시, 고용노동부, 시민단체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기득권을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솔로몬의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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