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해양 방산 분야 협력 요청과 중국 수주 독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불필요한 다툼을 줄이고 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경찰청을 찾아 KDDX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경찰 고발을 취소했다.
이번 결정은 양사 간 상호 보완과 협력을 통해 해양 방산 수출 확대 등 ‘K-방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치켜세우며 MRO(함정 유지·보수)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조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화오션은 올해 3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월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내리자 한화오션은 추가 수사를 경찰 측에 요청했다.
한화오션은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도 열었는데, 당시 공개된 수사기록을 두고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허위 사실 적시 등으로 명예훼손을 했다며 한화오션 직원들을 고소하는 등 양측간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한화오션은 소송을 취하하면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고발 취소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고발 취소로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고발 취소와 관련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이의 물밑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계에 협력을 요청하고, 글로벌 조선 시장이 중국의 수주량 독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두 국내 대표 조선업체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향후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따라 실사단 평가와 현장실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은 입장문을 내고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다”며 “한화오션이 고발을 취소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 KDDX 사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HD현대중공업은 K-방산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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