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살리기 먼저…한은 기준금리 또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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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살리기 먼저…한은 기준금리 또 인하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4.11.2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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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p 인하했다.

높은 환율, 집값,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것보다 경기 침체 방어를 우선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이후 한 달 만에 금리를 다시 낮추는 ‘백 투 백’(back to back·연속) 인하를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연속 인하는 무려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의 주된 이유로 “경기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금리 인하 이후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특히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저성장 고착 우려가 확산한 점을 주요하게 고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 출범 리스크(위험) 등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눈높이를 각 2.2%, 1.9%로 0.2%p씩 낮춰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는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라도 살려야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됐다”면서 “미국 신(新) 정부의 경제 정책 향방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 불안 우려를 이유로 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해 온 한은이 첫 인하 이후에는 경기 부진 대응 쪽으로 통화정책 결정의 무게중심을 옮긴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연속 금리 인하가 환율 불안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미 대선 후 미 물가·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지난 13일 장중 1410원 선을 넘어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크게 내리지 않고 14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400원대 환율이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인하로 미국(4.50~4.75%)과 금리 차이가 1.50%p에서 1.75%p로 다시 벌어진 점도 부담이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올해 3분기 크게 뛰었다가 4분기 들어 다소 진정된 가계부채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연속 금리 인하에 다시 자극받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처럼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여러 상충적 변수를 고려할 때, 이날 금리 인하 결정에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 금통위원 의견이 ‘전원 일치’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상헌기자·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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